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건설업종 관련 대출을 관리하고 나섰다. 기존 대출 규모를 줄이고 신규 대출을 자제하는 등 향후 있을 지 모를 건설업 구조조정에 앞서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건설업에 대한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은 30조512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때(32조9790억원)보다 7.5%(2조4670억원) 줄어든 수치다.
이런 추세는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별 분기보고서를 보면 1분기 건설업에 빌려준 돈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건설업 대출채권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조5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은 경우 같은 기간 10.2%(3929억원) 줄어든 3조46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외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도 건설업종에 대한 대출 규모를 축소했다.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앞으로 건설업 관련 대출 옥죄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조선·해운을 중심으로 건설·철강·석유화학 등 취약업종에 대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1년 동안 벌어드린 돈으로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30대 건설사 가운데 10곳 가운데 4곳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의 업황 역시 불안요소가 많다. 지난해 주택경기가 반짝 호황을 보였지만 국내 주택시장 규모에 한계가 있고 해외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취약업종에 대한 신규 대출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향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작업이 조선·해운에 이어 건설로 확대되면 부실채권 발생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등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리 대출 규모를 축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설업 역시 조선·해운업과 마찬가지로 취약업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여신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향후 건설업종에 대한 대출은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최근 대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관 대출 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1~3월) 시중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 지수는 -6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6까지 낮아졌다. 대출태도 지수가 낮을수록 은행권의 대출 심사가 더 엄격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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