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환경부가 배출가스 임의조작·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미세먼지 등 잇따른 악재가 겹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윤성규 장관이 이번 사건들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리더십에 대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시민단체 등 곳곳에서는 사퇴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지난 4년간 무리 없이 환경부를 이끌었던 윤 장관으로서는 위기가 분명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만큼 현재 환경부가 특단의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 장관은 취임 초부터 까다로운 현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탄소배출권거래제, 설악산 케이블카 등 지난해 떠오른 이슈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옥시파문과 미세먼지 저감 대책도 마찬가지다. 어느 하나 책임 있는 발언을 찾아볼 수 없다. 장관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시민단체 등에서 퇴진 운동의 수위를 높이는 이유다.
실제로 윤 장관은 지난 11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에서도 명확한 대책이나 소신 발언보다 상황 발생 원인을 지목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윤 장관은 “악덕 상혼과 법제 미비로 선제 대응을 못 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모든 책임이 기업의 도덕적 윤리와 부실한 제도 탓이라는 의미다. 장관으로서 책임감이 없다”고 비난했다.
환경부는 피해자 접수 문제나 향후 지원범위도 원칙보다 여론 눈치만 살피는 데 급급했다. 옥시 파문이 커지자 모든 제품에 대한 일제조사를 벌인다며 긴급대응에 나섰지만 소비자 불안감만 증폭되는 등 역효과를 불러왔다.
한국P&G사 냄새 제거제인 페브리즈에 대한 독성물질 성분 요청도 섣부른 감이 있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중론이다. 결국 환경부는 성분 요청 하루 만에 이상이 없다는 공식 발표로 마무리 지었다.
윤 장관의 책임 회피와 리더십 부재는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환경부 고유 업무로 인식되던 기후변화 사업이 모두 경제부처로 쪼개졌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는 다음 달부터 국무총리 직속 국무조정실에서 총괄하게 된다. 사실상 모든 기후변화 정책이 국무조정실로 이관되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기획재정부 소관으로 넘어갔다. 환경부 안팎에서는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꼽히던 기후변화 정책을 경제부처에 빼앗기자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환경부 내부 분열도 가시화되고 있다. 시민단체 등과 대화보다는 ‘입단속’을 하라는 윤 장관 지시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윤 장관이 주도적으로 사건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만 내비쳤어도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내부에서부터 곪았던 불만들이 터져 나오면서 윤 장관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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