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대만 신정부의 출범과 함께 물러나는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간 올라온 '악플'을 활용해 '셀프 디스'(자아비판)하는 퇴임사 영상을 남겼다.
19일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에 따르면 퇴임을 앞둔 마 총통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권 8년간 저질렀던 실수를 자조하는 방식으로 간접 사과하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페이스북을 시작해 5년간 167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다며 팔로워들의 지지와 격려에 감사를 표하며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겨진 글들을 보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멋진' 포스트를 보면 직접 회답하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정책에 대한 건설적 의견을 담은 글도 있었지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글도 있었다. 퇴임에 즈음해 몇가지 글에 답하고자 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가장 먼저 대만 네티즌들이 마 총통을 겨냥해 '죽음의 악수'(死亡之握)라고 꼬집은 말이 대상이 됐다. 마 총통과 악수를 나눴던 인사들중 죽거나 망한 사람만을 모아놓고 이런 별칭을 만든 것이었다. 네티즌 사이에 회자됐던 이 말에 마 총통은 "원래부터 내 두손은 대단했다. 그래서 더 잘 지켜야한다"며 핸드크림을 꺼내 두손에 열심히 발랐다.
이어 "녹용은 사슴 귀속의 털"이라고 했던 자신의 잘못도 '디스'했다. 그는 "잘못을 인정한다. 벌을 받아야 한다"며 "녹용은 중의약 처방중 아직 골화되지 않은 어린 뿔"이라는 글을 붓글씨로 세차례 정서하며 숙제하는 시늉을 했다.
마 총통은 2014년 3월 대만과 뉴질랜드간 경협을 언급하면서 "뉴질랜드엔 녹용이라고 불리는 특산물이 있다. 바로 사슴 귀 속의 털"이라고 설명했다. 녹용(鹿茸)을 몰랐던 마 총통이 글자만 보고서 '귀속의 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시 마 총통에겐 "몰상식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마 총통은 또 한 만화영화에 나오는 '마노 해파리'에 빗대 네티즌들이 자신을 비꼬는 말이었던 '마(馬)노 해파리'에 대해서도 "그런 말은 안하는게 귀염둥이"라고 웃어넘겼다.
그는 2011년 12월 총통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잘못된 발음으로 웃음을 샀던 일도 스스로 들먹였다. "모두 같이 역풍을 뚫고 높이 날아보자(逆風高飛·니펑가오페이)"라고 해야 할 것을 "니훙가오후이"(逆轟高灰)라고 외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마 총통은 자못 기분이 상한 투로 "좀 더 잘 말할 수 없었느냐"고 자책했다.
마 총통은 그러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66년만의 양안 정상회담 등에 대한 대만 네티즌들의 열렬한 반응도 함께 소개하며 집권 기간에 실책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3분47초짜리의 이 영상에서 "8년의 임기가 곧 끝난다. 이 아름다운 싸움도 곧 끝날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고 저의 퇴임 후에도 계속 대만에 관심을 가져달라. 대만을 더 잘되게 해달라"고 퇴임의 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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