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왕팡(汪芳) 기자 =저장(折江)성 우전(烏鎮)은 7000년이 넘는 문명사, 그리고 형성된 지 1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오래된 마을이다. 징항(京杭)대운하 지류의 스허(市河)강과 처시(車溪)강이 우전을 동책(東柵), 남책(南柵), 서책(西柵), 북책(北柵) 등 4구(區)로 나누고 있다. 마을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우전이라는 이름과 마을 위치, 사람들의 생활방식 등은 여전히 모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깊은 문화적 숨결과 독특한 자연경관, 여기에 완벽한 관광객 수용시설을 갖춘 우전이 중국 안팎의 대가들과 예술계 및 문화계 인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꿈이자, 소란스러운 도시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정토(淨土)’다.
지난 3월 말, 분홍 빛깔을 띤 대어(大魚)가 ‘물의 고향’ 우전에 등장했다. 이 작품은 ‘러버덕의 아버지’로 불리는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우전 서책 관광구(西柵景區)에 있는 수상극장의 공간 환경에 맞춰 만든 작품으로,‘유토피아/헤테로토피아: 우전 국제 현대예술 초대전’의 주요 작품 가운데 하나다.
2013년 첫 선을 보인 ‘우전 희극제(烏鎮戲劇節)’와 2015년 말 개관한 ‘목심(木心)미술관’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창장(長江) 이남 지역에 위치한 이 오래된 마을에서 다시금 새로운 문화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의 고향, 예술 대가들을 맞이하다
“현대예술 초대전 개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희극제와 거의 비슷한 때였습니다.” 천샹홍(陳向宏) 문화우진주식유한회사(文化烏鎮股份有限公司) 사장이자 초대전 총감독은 “그동안 이런 대규모의 국제 전시회는 주로 (예술) 자원과 인력이 많이 모이는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었어요. 반면 우전은 저장성 퉁샹시에 속한 진(鎮)으로 중국에서 가장 낮은 행정단위에 속하죠.”
십 수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관광은 이제 우전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현대 예술면에서 우전이라는 곳은 여전히 백지 상태나 마찬가지다. 그럼 어떻게 해서 단기간 내에 이처럼 훌륭한 전시를 주목받게 하고 브랜드화할 수 있었을까? 그는 유수의 예술가들을 초청해 중국 내 인지도와 글로벌화에 많은 공을 들이는 희극제 때와 유사한 전략을 썼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쉬빙(徐冰), 아라키 노부요시(荒木經惟), 올라퍼 엘리아슨, 린잉(林瓔) 등 15개 국가의 유명 예술가들을 망라한 전시회 명단이 공개되자 즉각 반응이 일어났다.
역사와 현실의 공존
이번 전시장은 ‘서책 관광구’와 ‘동책 제사(製絲)공장’에 조성됐다.
전시는 실내, 실외 두 형태로 나눠 진행된다. 서책 관광구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강남 물의 고향의 옛 마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북책 제사공장은 1970년대에 가동되다 방치된 채 사용하지 않는 제사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새로운 공간으로, 전시장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서책 관광구의 옛 마을 풍경과 북책 제사공장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역사와 현실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공간을 연출했다.
건물의 기존 외부 형태를 그대로 두고 내부 리모델링만으로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이미 현대 예술 공간이나 창의적인 문화공간 탄생에서 자주 쓰이는 주요 방식이다. 북책 제사공장은 우전의 산업적 매개로서 현대 예술 전시 수요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저는 우전 북책 출신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이 제사공장이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국유기업이었죠. 동네의 훤칠한 형이나 예쁜 누나들은 모두 이 공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천 사장은 전시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9년 제가 고향에 돌아와 우전 보호와 개발을 시작할 당시, 하루는 제사공장 옆을 지나는데 한때 번화했던 이곳이 적막하고 온통 잡초가 우거진 모습으로 변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얼룩덜룩 녹이 슨 정문 뒤로 보이는 무성한 잡초와 썩은 이파리는 제겐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그 순간 또 무언가 낯선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회사 주주들을 설득해 이 버려진 공장 일대를 매입했고, 작년부터 예술 전시홀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주변 환경에 새겨진 예술품
우전 전시회에 출품한 현대 예술품 상당수는 난해한 예술 세계를 강조하기보다는 직접적인 오감 체험과 참여 유도로 관람객들이 각기 다른 감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공간적인 요소를 가미한 작품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미국 작가 앤 해밀턴은 6개월 전 초청을 받고 우전을 방문했을 때 현지의 제사공장에 큰 흥미를 느꼈다. 여공들이 누에고치를 뜨거운 물에 넣고 70분 정도 끓이다 물속에서 손으로 천천히 누에고치를 벌려 잠용을 제거한 후 말리면 명주 이불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 이런 전통 수공예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그녀는 우전 서책의 궈러극장(國樂剧院)을 거대한 방직현장으로 꾸몄다. 무대 위 여공 한명이 전통적인 수공 방직기를 만지면 수십 줄의 실이 무대 밖 객석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무대 밖에는 아무도 없고 의자에 놓인 실패만이 무대 위 여공의 작업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리고 객석에는 실망치가 한 개씩 놓여 있다. 관람객들이 관람하게 되는 것은 수공방직이라는 전통적이고 단순하며, 딱딱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공연’이다. 이 작품은 관람객들의 주요 코스가 되었고 색색깔의 날실은 의자, 무대, 극장 간의 구조 관계를 재구성했다.
한국 최우람 작가의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은 앞서 유즈 미술관(Yuz Museum)에서도 계속 전시됐던 작품이다. 작품의 유전공학, 인공사지, 로봇기술 등 종합 과학기술의 강렬한 색채는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이 작품은 관람객을 매력에 빠뜨리면서도 불안하게 만든다. 바로 작가가 신화나 픽션의 서사적인 모습을 연출하여 생명에 대한 이해 방식을 모색하고자 한 부분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두 개의 세계가 있었다. 두 세계는 무수한 구멍들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세계는 마치 이 구멍을 통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구멍들은 닫히려는 성질이 있어서 각각의 구멍 옆에는 늘 구멍이 닫히지 않도록 수호자가 하나씩 있었다. 수호자인 ‘쿠스토스 카붐’은 또 다른 쿠스토스 카붐을 만들어 내는데…… 시간이 흘러 환경이 변하고 두 세계의 사람들도 차츰 서로를 잊으면서 쿠스토스 카붐들은 힘을 잃고 죽어 간다. 이 가련한 동물은 유체가 조금은 남아 있었지만 이미 숨을 껄떡이고 있었고, 등의 촉수는 호흡할 때마다 들썩였다.”
이처럼 주변 환경에 ‘새기는’ 방식으로 서책 관광구에 퍼져있는 작품 대다수는 일정한 ‘은폐성’을 지닌다. 관람객은 물가, 길가, 잔디밭 등 어디를 가도 작가의 작품과 마주할 수 있다. 북책 전시단지에는 주로 대형 설치예술, 조소, 영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주최 측은 관람객이 작품과 소통하거나 작품에 들어가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전문 미술관, 예술단지, 갤러리 등 단순 관람에 익숙해진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예술과 관람객의 관계는 대도시 미술관에서 보이는 난해함이나 개인적인 설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전의 예술방식처럼 관람객들에게 다차원적이고 직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전시라는 것은 시각적 관념과 수단을 통해 전시 주제를 보여주는 것 외에도 대중에게 현대 예술을 보급하고 알리는 데 더욱 큰 의의와 가치가 있습니다.” 큐레이터 펑보(馮博) 씨의 말이다.
이 밖에도 주최 측은 전시 개막 전부터 폐막 때까지 여러 공공교육 활동도 기획하고 있다. 학술 강좌, 작가와의 대화, 아동·청소년 테마 예술 작업실 등의 프로그램과 시설이 무료로 대중에게 개방된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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