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계춘할망' 김고은, 미완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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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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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계춘할망에서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 역을 열연한 배우 김고은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김고은(25)은 언제나 소녀였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자면 그렇다. 한은교(‘은교’)를 시작으로 복순(‘몬스터’), 일영(‘차이나타운’)을 지나 홍이(‘협녀, 칼의 기억’)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떠나 그가 연기한 인물들은 늘 미성숙하고 말간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영화 ‘계춘할망’ 혜지 역시 마찬가지다. 성숙하지 아니하고 완성되지 않은 여자 아이지만 망설임 없이 나아갈 줄 아는 인물이다. 이는 배우 김고은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는 여자아이. 배우 김고은의 이야기다.

5월 19일 개봉한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제작 ㈜지오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주)퍼플캣츠필름 (주)빅스토리픽쳐스·제공 미시간벤처캐피탈㈜)는 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와 오매불망 손녀바보 계춘 할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소녀, 김고은의 성장까지는 너무도 많은 일이 있었다. 뜨거운 관심과 차가운 시선의 온도 차는 너무도 컸고 생각지 못한 일들로 구설에 오르거나 어떤 오해들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제 스물다섯. 김고은은 변화의 시작점에 섰다.

영화 계춘할망에서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 역을 열연한 배우 김고은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제작보고회 때부터 눈물을 쏟았다. 할머니 생각에 뭉클해 하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께서 이번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이야기 나눈 적이 있나?
- 드디어 VIP시사회에 오셨다. 하하하. 그런데 영화에 대해 평가를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빠의 이야기를 들었더니 에어컨 바람 때문에 고생하셨다고 그러더라. 영화를 다 보셨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히 전작과는 다른 색깔의 작품이다. 그만큼 착하고 따듯한 이야기니까.
- 그래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달랐다. ‘영화 잘 봤어’가 아닌 ‘내 어릴적 모습을 생각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며 누가 생각이 나더라, 누가 보고 싶다 등의 이야길 하는 걸 보고 신기하기도 했다.

본인 역시 낯설었을 텐데?
- 그래서 더 다행이었다. 자칫하면 눈물을 강요하고 그렇게 보일까 봐 촬영하면서도 계속 경계했었다. 그런데 전작들과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고 말해주고 공감이 간다고 해주니 안심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 계춘할망에서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 역을 열연한 배우 김고은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윤여정 선생님과의 호흡은 어땠나? 대선배와 작업을 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 당연히 어려웠다. 하하하. 이게 말을 조심해야 할 텐데. 물론 당연히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긴장되기 마련이지 않나. 어렵고 조심스러운 건 당연하다. 전 일단 경청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다. 그렇다고 선생님이 무섭거나 불편했다는 건 아니다. 워낙 제가 어른들과 잘 지내기 때문에 같이 수다 떨고 함께 있는 걸 즐거워한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면서 윤여정 선생님의 얼굴만 봐도 눈물이 핑 돌더라. 함께 연기했던 김고은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 같은데
- 영화의 막바지에 1년 후 모습이 나온다. 그 장면을 찍을 땐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나오는 거다. 계속 절제하려고 했다. 여기서 울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물감을 얼굴에 묻히고 칠하는 장면에서 특히 그랬다. 만약 컷을 길게 갔으면 울었을 거다. 그 장면에서도 눈물이 많이 고여있는 것 같더라.

윤여정 선생님 하면 세련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 않나. 그런 도회적 이미지를 가진 선생님이 할머니로 보이기 시작한 순간이 궁금하다
- 대본을 읽을 때부터 저는 선생님에 대입해서 읽었었다. 선생님이 먼저 캐스팅되고 그다음으로 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몰입이 된 상태였고 펑펑 울기도 했었다. 전체 리딩할 때도 선생님과 많이 울었다. 대사를 읽으면서도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그런 게 자연스러웠다.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하진 않았지만 묵묵하게 함께 있으려고 했다.

영화 계춘할망에서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 역을 열연한 배우 김고은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윤여정 선생님이 두 번 칭찬했다고 하더라
- 시사회 직후랑 뒤풀이에서였다.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심쿵했다. 하하하. 뒤풀이 직후 차에 오르시면서 ‘고은아, 너는 굿잡이었어’라고 하시더라. 칭찬마저 멋지셨다.

그동안 노동 강도가 높은 캐릭터들을 연기하지 않았나. 이번 혜지는 어땠나? 전작에 비해 생각하기에는 수월했던 것 같은데
- 당연히! 전작에 비해서는! 하하하. 다들 배멀미로 고생하셨는데 저는 배멀미도 없다. 심지어 선생님은 멀미약이 너무 세서 더 어지럽다고 고생도 더 많이 하셨었다. 그런데 제가 롱패딩으로 덮어드렸었지. 하하하.

제주도에 있는 그 시간은 어땠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나?
- 글쎄. 하하하. 날이 맑은 날은 촬영을 하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쉬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놀 수 있는 시간은 비 내리는 날 뿐이다. 맑은 날 놀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하. 두 달 동안 제주도의 맛집을 모두 간 것 같다. 비 오면 휴차니까 눈 뜨자마자 빗소리가 들리면 ‘비 오는데 어떻게 해?’하고 묻는다. 말하면서도 입꼬리는 막 올라가구.

영화 계춘할망에서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 역을 열연한 배우 김고은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이번 작품은 전연령대가 볼 수 있기도 하고 또 스릴러 광풍 속에 나온 착한 영화니까. 나름 흥행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 같다
- 잘 됐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계춘할망’ 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감성과 감동을 안겨주는 영화로 관객들에게 소중한 시간과 감동을 안겨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만나온 이래, 처음으로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다. 쉬는 동안 뭘 할 건가?
- 드디어 휴식이다. 하하하. 예전엔 공백기가 있어도 공백기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그래서 어디라도 다녀오고 싶은데 ‘갑자기 하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이 드니 쉽게 또 결정을 못 내리겠다. 그래도 어디든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다녀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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