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해프닝’과 ‘양치기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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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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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산업부 기자]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한진해운과 더불어 양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개별협상이 지지부진하자, 5개의 주요 선사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출발은 좋았다. 사실상 해운·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 총대를 메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용선료 협상 무산 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암시하며 선주들에게 선전포고를 날렸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28.4%라는 용선료 목표 인하율과 협상 데드라인 등 각종 정보가 하나둘씩 공개되면서 오히려 협상은 미궁으로 빠져버렸다.

금융 당국은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 자재와 신중한 보도를 당부했으나, 먼저 자신의 ‘패’를 내보이고 들어가는 협상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어찌 보면, 금융 당국이 해외 선주들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게 아닐까 싶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남은 용선료를 못 받을 테니 순순히 따라 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선주들 입장에서는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깎아주면, 가깝게는 한진해운도 용선료를 내려줘야 한다. 금융 당국이 생각한 것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고차방정식이 숨어 있다.

해외 선주들 입장에서는 더 넓게는 다른 해외 고객사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전체로 따지면, 현대상선보다는 배를 빌려준 다른 해운업체에게 받을 돈이 더 많다.

결국 금융위는 “물리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겠다”며, 이번 용선료 협상의 데드라인(20일)을 스스로 연장해버렸다. 물론 실패할 경우, 법정관리는 불가피하다는 엄포와 함께 말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달 31일과 내달 1일 사채권자 집회 전인 이달 30일을 사실상 2차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번에도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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