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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베트남과 일본을 방문하는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방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27일까지 일주일간 베트남과 일본을 찾는다. 20세기 들어 미국이 치렀던 가장 거대한 전쟁인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의 적국이었던 두 국가를 찾는다는 측면에서 이번 아시아 순방은 '역사적'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AFP 통신은 "이번 방문은 미국 미래에 중요한 지역이 된 아시아에서 미국이 20세기에 벌였던 두 전쟁의 고통들을 마무리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평했다.
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이번 순방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과 노력을 더욱 빛나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즈 보좌관은 "아시아의 재균형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및 경제 정책의 주요 과제였다"면서 "오바마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신흥시장이 우리의 미래 번영과 미국의 안보 이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베트남 적대적 관계청산 통한 새로운 동반자 시대 열까
베트남 방문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세번째이며,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에는 처음이다. 23∼25일 베트남을 찾는 오바마 대통령은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쩐 다이 꽝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등 베트남 지도자들과 만나 안보와 경제를 주제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2000년 11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16년 만이다. 지난해 7월 베트남의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쫑 서기장이 방미 중 오바마 대통령을 공식 초청한데 따른 것이다. 백악관은 이번 방문이 그동안 증진된 양국 관계를 기념하는 것이 될 거라 밝혔다.
베트남은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펼치고 있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ABC 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특히 관심을 받는 것은 베트남의 무기 금수조치 전면해제다. 현재 미국은 베트남의 첨단 군사장비의 판매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1995년 양국 수교이후 무기금수조치를 단계적으로 풀어온 미국이 이번 기회에 완전히 해제할 수도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중국과 남중국해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 내 영향력을 높이는 데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71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이 피폭지 히로시마 방문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도 비상한 관심을 받고있다. 1945년 8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이후 71년만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오후 일본 이세시마에 도착해 이튿날 오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연설을 한 뒤 헌화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연설에서 이번 방문이 '핵무기 없는 세상' 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방향의 맥락 속에 있는 행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는다고 백악관은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에서 (원폭) 피해자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의 중에 지도자는 여러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검증하는 것은 역사가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측이 희망하는 대로 공원 안에 있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할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지난 19일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헌화한 후 짧은 투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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