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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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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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승 양방웅의 노자와 장자 이야기
나비에서 꿩으로

하늘이 부는 퉁소소리

남곽(南郭)의 자기(子綦)라는 도인이 책상에 기대 앉아,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며 길게 숨을 쉬었습니다. 멍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넋이 나간 사람 같았습니다. 안성자유(顔成子遊. ‘언’이라 부른다)라는 제자가 옆에 서 있다가 물었습니다.

자유: 오늘 무슨 일이 있습니까? 몸은 마른 나무토막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정신이 불 꺼진 재와 같습니까? 지금 책상에 앉아계시는 모습은 전에 앉아계셨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네요.

자기: 언아, 아주 잘 보았구나. 지금 나는 이미 나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렸단다. 그런데 네가 그 원인을 알 수 있을까? 너는 인뢰(人籟 사람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어보았겠지만, 지뢰(地籟 땅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겠지. 설령 지뢰는 들어보았을지 모르지만, 천뢰(天籟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을 거야.”

자유: 이 세 가지 퉁소 소리의 의미가 무엇인지 감히 물어보아도 될까요?

자기: “대지가 불어내는 숨과 같은 기운이 있는데, 이를 바람이라고 부르네. 바람은 불지 않으면 없는 듯이 조용하지만, 한번 불기시작하면 서로 다른 수많은 구멍에서 온갖 소리를 내지. 혹시 오래 동안 부는 바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 산림이 우거진 구릉에 있는 엄청 큰 나무들은 구멍이 있지. 어떤 것은 코 같고, 어떤 것은 입 같고, 어떤 것은 귀 같고, 어떤 것은 목이 긴 술병 같고, 어떤 것은 술잔 같고, 어떤 것은 절구 같고, 어떤 것은 웅덩이 같고, 어떤 것은 크고 깊은 늪지 같고, 어떤 것은 작고 얕은 연못 같지.
그들 구멍은 모두 각종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데 어떤 것은 물이 꽐꽐 쏟아지는 소리 같고, 어떤 것은 화살이 공기를 가르며 나는 소리 같고, 어떤 것은 나직이 꾸짖는 소리 같고, 어떤 것은 흐느끼는 소리 같고, 어떤 것은 고함을 지르는 소리 같고, 어떤 것은 엉엉 우는 소리 같고, 어떤 소리는 깊고 나지막이 멀리서 들려오는 듯하고, 어떤 소리는 애절하게 우는 듯 들리고, 앞에 가는 바람이 노래를 부르면, 구멍이 내는 소리가 뒤따라가며 화음을 내고, 청량한 바람이 솔솔 불 때는, 구멍 소리가 청량하게 화답하지. 바람이 거세게 불면, 구멍 소리도 거센 소리로 화답하고, 거센 바람이 멈추면, 모든 구멍들이 조용해져. 너는 저 초목들이, 바람에 따라서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지 않았느냐?

자유: 지뢰란 바람이 불어서 땅위에 있는 수많은 구멍으로부터 나오는 소리고, 인뢰란 사람이 마음속에 있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퉁소 구멍에 감정의 바람을 불어 넣어 나오는 소리인데, 그러면 천뢰는 무엇입니까?”

자기: 천뢰는 만물이 지닌 스스로의 성품에 따라서, 음양의 기운이 천차만별로 다르게 어울려 나오는 소리지. 이 소리는 사물에 대한 분별이 없어지고 청정한 마음을 지녀야 들을 수 있는 소리야. 모두가 각자 지닌 모습과 본성에 따라서, 스스로 소리를 내고 멈추는 것이지. 누가 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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