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기존 주력산업의 과잉생산 축소,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역량 집중, 잉여 인력 및 시설, 자본의 미래 신성장 산업 투자.’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극동 아시아 3국의 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체감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3국은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청년실업 확대 등으로 내수시장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으며, 세계시장 또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자국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영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일본과 중국 정부는 정치권과 함께 업계 재편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공급측 구조개혁’ 추진 가속화
‘중앙 재경영도 소조(中央財經領導小組)’는 중국 국가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공산당 조직이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1989~1998년 조장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늘 총리가 조장을 맡아왔던 이 자리를 시진핑 정부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조장을 맡고 있다.
구조조정 가속화를 위해 시 주석이 제창한 ‘공급측 구조개혁’은 지난 3월 중국공산당 양회에서 채택됐다. 시 주석은 “공급측 구조개혁은 세계경제 형세와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를 종합판단해 내놓은 결정이다”면서 “생산, 재고, 차입 축소와 원가절감, 결정 보강의 5대 과제를 중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짐이 무겁다고 기다려서도, 어려움이 많다고 내빼서도, 위험이 있다고 숨어서도, 진통이 있다고 머뭇거려서도 안된다”고 역설했다.
중국의 기업 구조조정은 크게 좀비기업 퇴출과 첨단산업 육성 등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공급 과잉 산업으로 꼽히는 철강, 석탄, 시멘트, 평판유리, 알루미늄 산업에 구조조정이 진행중인데, 중국 언론은 주요 공급 과잉 업종에서 향후 3년간 매년 10% 수준의 생산능력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시 주석은 이를 더욱 서두르는 모습이다.
차세대 첨단산업 육성은 정보기술(IT)산업과 항공·우주 설비, 해양엔지니어링 설비 및 첨단 선박 등 10대 전략산업을 향후 10년간 중점 육성해 중국을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으로 ‘차이나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이름으로 전개하고 있다.
◆일본, 아베의 ‘산업경쟁력강화법’
일본은 최근 수년간 하루가 멀다하고 기업 통폐합과 구조조정 소식이 들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굵직한 인수·합병(M&A), 제휴 건이 13건에 달한다.
지난 13일 일본 1위(세계 2위) 철강사인 신일본제철주금은 자국 업계 4위인 닛신제강을 공개매수를 통해 8.3%를 보유하고 있는 지분 51%를 확보, 완전 자회사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16일에는 세계 최대 업무용 에어컨 업체 다이킨 공업과 일본 가정용 에어컨 부문 1위 파나소닉이 에어컨사업에서 포괄적 제휴를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양사는 차세대 냉매 등 친환경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부품 조달도 함께한다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해까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업종을 위주로 전개됐던 일본 산업계의 새판 짜기는 업종과 분야를 초월해 동시다발적으로, 자발적이자 선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비결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각이 지난 2012년 시행한 ‘산업경쟁력강화법’이다. 구조조정을 하면 세금 혜택을 주는 법인데, 핵심 내용은 과잉설비와 산업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직접 나서 대외에 공표한다. 정부가 직접 지시는 하지 않지만 명단을 공개해 기업이 스스로 구조조정하라고 압박하는 셈이다.
기업이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아베 정권은 집권 기간 동안 엔화값을 절반 가까이 떨어뜨려 기업들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으며, 법인세 인하를 비롯 등 재계가 요구하는 규제 완화 제안도 대부분 수용했다. 이러다 보니 일본은 원래부터 민관 협력체계가 끈끈했는데, 아베 정권 들어 관계가 더욱 친밀해졌다. 덕분에 산업 구조조정은 현재 성공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