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아버지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매한가지인 듯합니다."
방한 중인 류치바오(劉奇葆)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장이 22일 저녁 창덕궁을 찾았다.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함께 '창덕궁 달빛기행' 코스를 둘러보던 류 부장은 조선시대 왕세자가 학문을 익히던 성정각(誠正閣)에 잠시 멈춰서 이같이 말했다. 성정각은 세자의 애민(愛民) 정신 함양을 위해 창문 모양, 집 구조 등을 민가처럼 만든 전각이다.
류 부장은 40여 분간 창덕궁을 거닐며 "아름다운 달빛을 받으며 산책하는 기분이 남다르다"며 "왜 여기가 한국의 고궁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곳인지 알겠다"고 말했다. 나선화 청장은 "자연스럽고 시원스레 뻗어 있는 고목들이 가득해 서울 한복판이지만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류 부장은 낙선재(樂善齋) 특유의 고즈넉하고 정감있는 분위기에 잠시 빠져들며 "이런 곳에서 왕후, 후궁, 옹주 등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을지 궁금해진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그는 관람을 마치고 나 청장에게 "한국의 명소를 안내해줘 고맙다"며 "자금성과 함께 동양의 미(美)를 세계에 전파하면 좋겠다"고 양국간 고궁 교류를 제안했다.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는 '창덕궁 달빛기행'은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하는 달빛 산책코스, 다과가 있는 전통예술공연 등 달빛에 물든 창덕궁 후원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궁궐 야간 관람 프로그램이다.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지난 20일 방한한 류 부장은 제주에서 열린 '아름다운 중국, 아름다운 한국'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21일까지 제주에 머문 그는 이날 서울에서 동양예술극장 방문, 손경식 CJ그룹 회장 환담 등의 일정을 마치고 창덕궁 나들이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장이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2006년 당시 류윈산(劉云山) 부장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한편 류 부장은 오는 23일 제8차 한·중 고위언론인포럼에 참석해 양국 언론인들의 교류·협력을 강조하고, '한류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문화창조벤처단지(서울 중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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