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당장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우회로를 선택하는 것과 다름 없다.
원칙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정부 재정의 역할이다. 다만 이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 책임 추궁을 피할 수 없다.
취약업종의 부실 우려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그런데 정부는 총선·대선 등 정치적인 이유로 호흡기를 달아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일만 반복했다. 앞서 지난해 좀비기업을 퇴출시켜 구조조정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자 사실상 작업을 중단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도 효과가 없을 때 사용해야 하는 최후의 보루다.
지금의 구조조정은 대우조선, 현대상선 등 개별 기업이 아닌 업종 전체의 문제다. 더욱이 조선·해운은 시작에 불과하고 향후 건설·철강·석유화학 등 다른 취약업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 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할 발권력을 먼저 사용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구조조정의 가장 빠른 길은 원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큰 방향성과 세부적인 추진 전략을 세우고 국회를 설득하는 것이 먼저다. 필요한 돈은 그 다음 문제다. 당장 비난을 피하기 위해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이미 늦은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더욱 늦추게 되는 꼴이다.
구조조정·구조개혁은 이제 1년 반 남은 박근혜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과거와 같이 정치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 나중에 더 큰 책임이 따르게 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