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60.3%’와 ‘92.7%.’
2015년말 기준 한국과 중국, 일본이 전 세계 철강·조선시장에서 각각 차지한 점유율이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조강생산량 기준 중국은 8억383만t으로 점유율 50.6%의 압도적 1위를, 일본은 1억515만t(점유율 6.6%)으로 2위, 한국은 6967만t(4.4%)으로 6위를 기록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포트 통계를 살펴보면 2015년말 수주잔량 기준으로 중국은 135만5012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점유율 67.9%로 독보적인 1위, 한국은 40만1169CGT(20.1%)로 2위, 일본은 9만4133CGT(4.7%)로 3위였다.
3국 과점상태를 심화시킨 주범은 중국이다. 공급과잉과 시장가격 하락을 야기해 산업 불황으로 이어졌다. 3국 정부 모두 산업 구조조정의 1순위로 조선·철강산업을 꼽은 이유도 결국 중국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구조조정을 통해 자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으면서 중국의 공급 축소 작업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철강 - 한·일 구조조정 속 中은 억t급 철강그룹 육성
중국 정부는 다음달 안으로 철강산업에 관한 제13차 5개년규획 기간(2016~2020년, 이하 13.5규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 내용에는 중국 정부가 향후 5년간 최대 1억5000만t의 제강 능력을 축소하기 위한 방안과 함께 ‘인수·합병(M&A) 유도’를 위한 계획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발표한 ‘철강산업 조정 정책’ 초안을 통해 인수합병(M&A)으로 1~2개의 연간 조강생산량 억t급 철강그룹과 3~5개의 5000만t급 철강그룹, 6~8개의 3000만t급 철강그룹을 조성해 국가 전체 생산량의 60% 이상을 10대 철강그룹이 담당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연간 1억t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세계 1위 철강업체인 아르셀로 미탈 뿐이다.
일본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업체들이 자체적인 구조조정안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신일철주금의 키미츠 제철소 3고로, 고쿠라제철소 2고로, 고베제강소 코베제철소 고로 1기, 닛신제강 쿠레제철소 2고로 등이 차례로 가동을 중단해 고로 제2호기 등 고로 4기가 가동을 중단한다. 신일철주금의 닛신제강 자회사 편입을 통해 중국 철강사들과의 맷집 싸움에 대비하겠다는 것도 계획의 일환이다.
생산량 감축으로 비용을 줄인 일본 철강사들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일철주금, JFE홀딩스 고베제강소 등 고로 3사들의 올해 설비투자금액(연결, 공사기준)은 전년대비 24.4% 증가한 7800억엔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한국철강협회가 구조조정과 관련해 외부 진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기 위해 외국계 컨설팅 업체들을 물색하고 있다. 이달 안으로 선정될 예정이며, 채권단이 관리하는 동부제철과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중소철강 업체들이 주요 고려대상이 될 전망이다.
M&A, 노후·비효율 설비폐쇄 및 생산중단을 통해 지난 지난해까지 990만t(제강설비 기준)의 설비를 축소한 국내 철강업계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선도업체들이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내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조선 - 중국의 버티기, 한·일도 주춤
철강산업에 비해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이미 중소 조선소의 상당수가 퇴출당하거나 채권단의 자율협약 대상으로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세계 시장 1~3위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도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한국 조선산업은 이들 ‘빅3’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채권단이 이들 업체들과 어떤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1980년대 조선산업 위기 때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가 1990년대 시황이 회복되자 생산능력과 기능인력 부족으로 한국에 경쟁력을 빼앗긴 일본의 사례를 따라가선 안된다는 주장과 당장 선박 발주시장 위축에 기 수주 물량의 대규모 부실로 정부와 금융기관의 재정 부담 증가돼 구조조정이 불가피 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국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민영 조선소들은 상당 수 문을 닫았으나 지방 정부와 연결돼 있는 국영 조선소들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압박에도 버티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금융기관에 해당 기업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시켰으나, 지방 정부는 몰래 자금을 대어주거나 도산 신청을 해도 법원이 접수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좀비기업’ 상태로 존재토록 하는 등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 조선산업도 엔저를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다수의 선박을 수주하면서 생산시설 확충에 나섰다가 올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자국 발주 물량으로 일정 기간은 버텨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3국 정부 모두 조선산업의 해결 방안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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