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 군무원의 오키나와 여성 살인 사건과 관련 일본 내 반미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계기로 조성되던 미일 간 화해 무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언론이 2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현 지사는 이날 오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말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5∼27일 베트남에 이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오나가 지사는 "주일미군 기지의 70% 이상이 오키나와에 집중되면서 이번 사건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며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본과 미국 정부가 주둔군지위협정의 수정 등 기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비열한 범죄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오는 26일 예정돼 있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엄중한 대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오키나와현에 있는 가데나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던 미국 해병대 신자토 케네스 군무원은 지난달 말 오키나와에서 20세 일본인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지난 19일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용의자 신자토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했으며 살해 및 시신 유기에 대해서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잔인한 범죄 과정이 밝혀지면서 일본에서는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도쿄 등 전국 곳곳에서 주일미군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범죄가 드러나 지난 20일에는 오키나와 현민 250명이 시위를 벌였다.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는 6월 중 대규모 항의 집회를 기획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집회에서는 미군기지 이전 반대, 미일 주둔군지위협정 개정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미일동맹을 강화하려던 일본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자칫 미군기지 이전 계획까지 물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당분간 민심을 달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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