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산업과 달리 이 분야는 돈을 쓰는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더 많이 가지려는’ 중국과 ‘내줄 건 내주더라도 핵심은 남겨 키우려는’ 일본이 한국을 따라잡으려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堀起·중흥정책)'를 표방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외국 기업 인수를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중국 업체들은 반도체·전자·디스플레이 업체 사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13일 보도를 통해 칭화홀딩스가 미국 실리콘 밸리의 반도체회사 마블 테크놀로지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칭화홀딩스는 지난해 여름 계열사인 칭화유니를 통해 미국의 D램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2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던 기업이다. 올 2월에도 광디스크 제조업체인 웨스턴디지털(WD)의 지분 15%를 인수하려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조사를 이유로 철회했다. 두 달 후 회사는 미국 래티스 반도체의 지분 6%를 매입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며 미 대륙 상륙에 성공했다.
시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TCL그룹 계열사 차이나스타(CSOT)는 약 500억위안(약 9조800억원)을 들여 선전에 세계 최대 규모의 11세대 액정화면(LCD) 패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안후이성에서 공사가 시작된 BOE의 10.5인치 패널 생산공장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로, 삼성과 LG를 겨냥한 정면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정부와 26개 기업이 공동으로 설립한 ‘산업혁신기구’를 통해 전자산업의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다. 산업혁신기구는 일본 반도체연합인 르네사스테크놀로지와 중소형 LCD 통합 회사인 재팬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업체인 JOLED 탄생을 주도했다.
산업혁신펀드는 아베 정권 들어 산업경쟁력강화법이 제정되고 산업별로 구조조정이 본격 진행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과 산업혁신기구, 구조조정 대상 기업 주거래 은행이 공동으로 구조조정 전략을 짠 뒤 실행에 옮기는 방식이다. 주로 산업 전체 글로벌 경쟁력을 감안한 분사·통합을 추진하기 때문에 대상 기업에 단순 출자하는 1차원적 전략에 비해 구조조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한국은 삼성과 LG의 경쟁력이 비교 우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중소·중견 업체들로 내려가보면 미래 먹거리 분야에 있어서는 중국과 일본에 뒤쳐졌다는 분석이다.
자오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적어도 5년 내 중국 선두 업체가 삼성전자, LG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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