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7주기 추도식, 화두는 '통합'…안철수-박지원 '욕설' 봉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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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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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를 환영하는 '친노일동' 명의의 노란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김해) 이수경 기자 = "우리는 아직도 당신이 그립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현수막)

23일 경남 김해지 진영읍 봉하마을에는 어김없이 노란 모자를 쓴 인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여야 3당 인사들도 봉하마을에 총 집결했다.

'통합의 정치'가 화두로 떠오르며 추도식은 지난해보다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그러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및 박지원 원내대표는 일부 시민들에게 욕설을 듣는 등, 여전히 추도식에서의 민심은 정파적 양상을 띠었다.
 
◆ 추도식의 화두 "김대중-노무현 정신 잇는 길은 '통합'"

서거 7년을 맞는 올해 추도식의 슬로건은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 마침 4.13 총선 직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맞는 추도식인만큼, 야당 정치인들의 얼굴은 밝았다. 시민들은 연신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문재인 전 대표의 이름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국민들이 우리에게 바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하나된 힘으로 불의한 시대를 끝장내고 민주와 평화와 복지의 새 시대를 여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총선 결과를 승리라고 평가하고 자족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은 단합과 통합"이라며 "우리가 반목할 이유가 없다, 반목한다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잇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올해 봉하마을에는 '안철수 대표의 봉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친노일동'이란 이름으로 걸렸다. 더민주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대거 모인 국민의당 인사들에게 일부 시민들이 원색적 비난을 쏟아부었지만, 시민들 사이에선 '자제합시다'라거나, '절대 싸우면 안 된다, 손대지 마라' 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또한 이러한 뜻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사저 면담을 여러 인사들과 한꺼번에 했다. 이에 따라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지도부와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고 김근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이 함께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인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권양숙 여사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손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권 여사는 이들에게 "좋은 결과(총선)를 가지고 만나게 돼서 기쁘다"면서 "내년에도 오실거죠?"라고 짧은 인삿말을 했다고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이 전했다. 이 이사장 역시 사진전과 토크콘서트 등 7주기 문화행사에 참석자가 많았다는 사실을 전하며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아마 선거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안철수-박지원, 올해도 원색적 욕설 '봉변'…文 "고인 끌어들이지 말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박 전 원내대표는 시민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이 봉하마을에 도착하자, 입구에 서 있던 지지자들 중 일부는 "물러가라!", "니들이 거기 가면 안 된다"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한 시민은 '호남에서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안철수 물러가라'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호남에 가서 아부나 하라'고 야유가 쏟아졌다. 입에 담기도 힘든 원색적 욕설을 퍼붓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추도식과 참배 직후 사저로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러 가는 길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보좌진과 경호원의 우산에 둘러싸여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경찰 경호를 받으며 추도식장을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년 전, 6주기 행사에서는 비노(非盧)계로 분류되는 김한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물세례를 맞았고, 박지원 당시 전 원내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등도 고성과 욕설을 정통으로 들었었다. 이 때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해에도 이러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고인을 더 이상 욕보이지 말라'고 했었다.
 
그러나 올해 또 다시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아주 소중한 희망을 키워나가기 위해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분들이 함께 손을 잡고 힘을 모아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추도식을 하면서 한 가지 더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소망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친노(親盧)라는 말로 그 분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역시 "우리 국민들 마음 속에 켜켜이 쌓여있는 슬픔과 분노가 잘 진정되고 더 나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생으로 승화되길 바란다"면서 "부탁컨대 5·18도 그렇고 노 전 대통령 추도식도 그렇고, 상처를 헤집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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