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는 동감하는데…, 여전히 뜨거운 ‘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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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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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공청회, 쟁점은 ‘3·5·10’ 금품 허용 액수

  • 각계각층 찬반 격론…“부정부패 척결” vs “소상공인 피해”

2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입법예고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입법예고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각계각층이 뜨거운 찬반 격론을 벌였다. 쟁점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한 금품 허용 액수였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주최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는 법 적용대상인 공직자, 언론인, 교원뿐만 아니라 학계, 재계, 관련 업계,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13명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학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부패방지와 청렴문화 확산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김영란법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김영란법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인치와 돈치라는 법치주의의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취지와 잘못된 사회의 관행을 근절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부패를 청산하려는 목표를 두고 있다”며 “경제활성화의 필요성을 내세워 청산해야 할 과거와 현실을 유지하려는 태도는 시민사회가 동의한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농축수산업과 화훼산업 등의 물량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는 고가의 선물이 뇌물 형식으로 흘러들어가 우리 사회를 반법치로 만들었음을 반증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결국 농축수산업과 요식업계, 화훼업계가 그동안 부정부패를 방조했음을 자인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김영란법 반대 여론을 일축했다.

고유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청탁금지법의 여파가 생산농가에 미친다고 해서 이 법을 시행하지 않거나 완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며 “쟁점이 되는 금품가액도 사회 상규상 적절히 설정했으며 해외사례에 비춰볼 때도 결코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부모들은 학교에 교사를 만나러 갈 때 봉투에 얼마를 넣어야할지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청탁금지법이 이제 조금 남아있는 뿌리까지 깨끗이 뽑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준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도 “청탁금지법은 그간의 적폐를 차단하고 부패문화에서 청렴문화로 자리를 바꿔가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며 “매출이 반 토막이 난다는 관련 업계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가액이 낮아질수록 서민경제는 더 살아날 것이고 고액의 거품은 빠져서 소비를 높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반해 농축수산업계와 화훼업계 등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김영란법의 개정을 촉구하며 반대의 입장을 표출했다. 이들은 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회적, 경제적 현실을 고려해 소상공인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금품 허용 액수를 상향 조정하거나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금지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김홍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은 “농축수산인들은 청탁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옥의 티를 제거하자는 것”이라며 “현재 시행령은 오히려 수입농축수산물 구입을 장려하는 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푸수수 대상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해도 헌법상 평등권위배나 자의금지원칙에도 어긋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로서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이사는 “선물 가액을 설정할 것이라면 농업과 외식산업 등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시행령 입법예고안의 기준은 규제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 이사는 “가액의 설정은 외식산업뿐만 아니라 농축수산업, 유통업, 관광업, 일련의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 침체의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과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고려해볼 때 5만원 이상 가액 설정이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임연홍 한국화훼협회 부회장도 “사회에 만연한 부정청탁을 뿌리 뽑겠다는 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규제의 화살이 엉뚱하게 농업계 특히 화훼업계를 향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부회장은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마음이 담긴 꽃을 선물하는 것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지 뇌물이 아니다”며 “화훼를 포함한 농축산물은 규제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섭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 역시 “최근 계속되는 불황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와 선물용품 등 제조 중소기업 등이 이 법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행령 제정안의 항목, 금액 등이 현실과 괴리돼 소상공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법률상 금품의 범위에서 농축수산물과 화훼, 음식 등을 제외품목으로 설정하고 금품 허용 가액을 현재보다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영란법은 지난해 3월3일 국회를 통과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같은 달 27일 공포됐다. 1년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친 김영란법은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권익위는 입법예고가 끝나는 대로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 정부 입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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