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긴 여운…사비나미술관 '60sec Art'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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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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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7월 10일까지 영상, 설치, 조각 등 130여 점 선보여

크로스디자인랩, '시간기계'[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소설가 성석제는 그의 소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문학동네) 작가후기를 통해 "나는 안다. 내 성벽의 무수한 돌 중에 몇 개는 황홀하게 빛나는 것임을. 또 안다. 모든 순간이 번쩍거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겠다. 인생의 황홀한 어느 한 순간은 인생을 여는 열쇠구멍 같은 것이지만 인생 그 자체는 아님을."이라고 술회했다.

이 소설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사소한 사건과 사람들 그리고 쉬이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순간을 풍자와 해학으로 버무려 22개의 짤막한 에피소드들로 풀어냈다. 이런 '찰나의 시간성'은 비단 소설가에게만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영상·설치·조각·애니메이션 작가들도 이를 다양한 형태의 작품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인세인박, '예수처럼 죽다'[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시간을 분·초단위로 쪼개 쓰는 현시대를 '60초'라는 짧은 시간으로 대변하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오는 7월 10일까지 열리는 '60sec Art'전에서는 8명의 작가, 7개의 팀이 시각예술 작품과 대중문화 콘텐츠 13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2013~2015)·'SNS 3분 영화제'(2016) 수상작들을 비롯해 '베니스70: 미래 재장전' 참여감독들의 작품, '10초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출품작 등이 전시장에 상영돼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손경환, '1.3초의 영역에 대한 오러리 모델'[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강재현 전시팀장은 "'스낵컬쳐'(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게 문화를 즐기는 새로운 경향)처럼 정보의 생성·소비 주기가 빨라진 현시대를 조명하고자 한다"며 "바쁘고 고독한 현대인의 삶 속에 내재된 '찰나적 즐거움'을 강렬한 메시지의 초단편 콘텐츠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성'에 주목하는 시각예술 부문에서는 심래정·손경환 작가와 숭실대 미디어대학원의 크로스디자인랩 연구원들이 관념적 시간, 일상에서의 초단위를 재해석한다. 이들은 '60초=1분', '60분=1시간'이라는 개념을 동적장치를 통해 0에서 99까지의 시간으로 새롭게 제안하고('시간기계', 크로스디자인랩), 15초뿐인 하루를 사는 가상의 인물 '윤규'를 내세워 50일의 전시기간 동안 매일 나이들어 가는 얼굴을 보여주기도 한다.('윤규', 심래정)  
 

심래정, '윤규'[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초단편 대중문화 콘텐츠 부문은 전문 영화감독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해 제작한 영화, 애니메이션, 웹툰, SNS 시 등으로 꾸며졌다. '읽어보시집'으로 유명해진 SNS 시인 최대호의 작품,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가 의도치 않은 실수를 유발하게 하는 '바보요정 웽' 등은 작금의 문화소비 트렌드를 잘 드러내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문의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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