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퇴임기자회견을 마친 정의화 국회이장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 퇴임 기자회견이 25일 열렸다. 지난 20년의 의정 활동에 마침표를 찍는 소회를 밝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19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었던 그는 "삼권이 서로를 존중하고 예를 갖추는 가운데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구조"라며 '삼권분립'을 강조했다. 그는 "퇴임 후에도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 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 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다"며 새로운 정치 인생의 출발도 알렸다.
정 의장은 또 국민을 향해 "정치가 싫고 국회가 밉다고 외면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린다"면서 "정치는 사회적 합의의 기초이고, 국회는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법을 만들고 고친다. 우리 정치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국회가 제 할일 제대로 하는지 지켜봐달라"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 "국감 폐지하고 청문회 활성화…朴 거부권 행사 지양해야"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를 가능토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대 의사도 분명히 밝혔다. 정 의장은 "대통령께선 국회 운영에 관계된 일은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면서 "거부권 행사는 가능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시 청문회'가 필요한 이유를 "정책적으로 현안조사가 필요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책과 대안을 마련하여 국민들의 걱정을 하루속히 풀어드려야 할 의무가 국회에 있다"는 점을 들어 재차 강조했다.
그는 각종 부작용이 노출돼 개혁 요구가 있는 국정감사를 폐지하고 청문회를 활성화하자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20대 국회에서는 국감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 통과시켜서 올해부터는 국감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이라면서 "상임위에서 일어났던 얘기를 (국감에서) 재탕삼탕하거나, 어떨 때는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제스처를 언론에 노출하는 장이 되기도 하고 잘못된 것이 많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히려 국감을 없애고 이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제가 알기로 전세계적으로 국감을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고도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퇴임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 "국회의원 떠나지만 정치는 떠나지 않을 것"
오는 26일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을 창립하고 퇴임 후 정치 활동을 시작하는 정 의장은 이날 "제가 국회의원은 떠나지만 정치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20년 간 국민 여망 속에서 많은 국가의 녹을 받은 사람으로서 지금 이런 정치 모습을 보고 그냥 떠난다는 게 죄책감이 생겨서 당분간 정치는 어떤 방법이든 계속하려고 한다"면서 "퇴임 후에도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 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당적 문제는 "새누리당이 대오각성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무능하고 나태하며 권위주의적인 모습, 국민을 위한 따뜻한 보수라 하지 못하는 그런 보수로 그대로 인식이 계속된다면 탈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신당 창당은) 10월까지 고민해보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대권 도전설이 계속해서 흘러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 의장은 공자의 '지불가만(志不可滿)'을 인용해 "뜻을 가득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족함을 뛰어넘어 다 채우려고 하면 패가망신한다. 저는 여러 가지 부족하기 때문에 '지불가만'이라는 말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과 뜻을 같이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손학규는 훌륭한 선배인데, 그것이 꼭 정치를 하나의 당으로 묶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치개혁 과제로...중대선거구제, 권역별비례대표제 선거 제도 개혁해야
이 외에도 정 의장은 "역사가 바뀌고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그에 맞게 바꾸어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서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개헌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또 "현행 소선거구 제도는 다수의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고질적인 지역 구도를 깨기 어려운 심각한 단점이 있다"면서 "선거제도 또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서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비례대표제 등 근원적 선거 제도 개혁을 이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퇴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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