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지킬박사와 하이드, '단비'와 '폭우'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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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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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올해는 봄부터 자주 들리는 빗소리가 참 반갑다. 극심한 가뭄으로 온 국토가 목마름에 신음했던 작년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 작년 1~5월 댐 유역에 210㎜의 비가 왔는데 올해는 309㎜의 비가 내렸고, 작년 이맘 때 48억 톤에 불과하던 다목적 댐의 저수량도 58억 톤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비가 늘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1998년에 전국적인 대홍수가 있었고, 2003년에는 태풍 매미로 온 국토가 피해를 입었다. 재작년에는 부산에 200년 만에 한 번 내릴만한 시간당 125㎜의 폭우가 내려 2명이 사망하고 1341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눈을 나라 밖으로 돌려보면 중국에서는 지난주 광둥성, 장시성 등 남부에 최고 300㎜ 폭우가 쏟아져 55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스리랑카에서는 하루 최대 200㎜가 넘는 폭우가 계속돼 수도 콜롬보를 비롯해 대부분 지역이 수해를 입었다.

반면 인도에서는 50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되면서 지난달부터 400여 명이 열사병과 탈수로 숨졌고, 수백만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태국도 최악을 가뭄을 겪으며 전체 절반에 육박하는 35개 주(州)에서 학교와 병원이 문을 닫았다.

이렇듯 비는 언제 어디에 내리느냐에 따라 '단비'가 되기도 하고, '폭우'가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간절히 기다려온 비는 단비지만, 제발 멈췄으면 하고 바라는 비는 폭우가 된다. 중국‧스리랑카는 폭우가 멈추길 바라고 있고, 인도‧태국은 단비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단비와 폭우를 넘나드는 비를 보면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양면성이 느껴진다. 기후 변화가 심화되면서 하늘은 더욱 변덕스러워졌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더욱 자주 변신한다.

작년 한 해 수자원 정책의 핵심은 가뭄 대응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혹시 있을지 모를 홍수에 대비해야 하는 반전된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23일 기상청에서 발표한 올 여름철 기상전망에 따르면 8월에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수 있고, 1개의 강한 태풍이 단시간에 우리나라에 도달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류는 홍수에 더 취약해졌다. 사람과 건물이 집중된 도시는 같은 양의 비에도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과식으로 인한 급체처럼 단기간에 내리는 집중호우로 하수도는 역류하고 도시는 물바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비도시보다 도시에서 홍수를 예방하기가 더 힘들다는 점이다. 이미 건물이 들어서 하천을 넓힐 수도 없고, 홍수저류지를 만들려면 천문학적인 토지 보상비가 든다. 이 때문에 홍수 예방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도시가 한 둘이 아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선결 과제가 있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좋아야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도시홍수 방지 종합대책'이다. 정부는 2010년 광화문 침수, 2011년 강남역 침수 및 우면산 산사태 등 전형적인 도시홍수를 경험하면서 도시에 특화된 치수대책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에 따라 2012년 하천법 시행령을 개정해 도시하천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시범적으로 추진한 김포 계양천의 경우 100년 빈도 홍수에 대한 방어 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업비를 기존 약 4482억 원에서 2493억 원으로 45% 절감하는 치수대책을 수립했다. 이 성과를 확산시켜 2013년부터 매년 3~4개 도시하천을 대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2018년까지 모두 21개 도시하천에 대해 대책 수립을 마칠 계획이다.

20년간 4번 이상 홍수가 발생한 동두천의 신천 등이 그 대상이다. 이러한 치수 대책이 잘 이행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리와 집중투자가 필요하고 관계기관 간 적극적인 협업도 필수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그러나 인류에게는 '가뭄'과 '홍수'라는 물의 이중성을 극복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 착실하게 준비하고 철저하게 대비하면 물에 숨겨진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슬기롭게 오가며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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