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은 28일 서울에서 각계 원로들과의 일정을 마친 뒤 29일 경기 고양시 일산과 TK(대구·경북) 지역인 안동, 경주로 이어지는 일정마다 여권 관계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반 총장은 이어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북 안동으로 이동해 서애 류성룡(柳成龍)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보물 제414호)을 방문, 기념식수를 하고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오준 주유엔대사, 권영세 안동시장, 새누리당 김광김(경북 안동) 의원 등 10여 명과 함께 오찬을 했다.
이날 오후 1시께부터 2시간 남짓 이뤄진 하회마을 방문은 이번 반 총장의 방한 일정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행사 중 하나다.
반 총장이 류 선생의 고택 방문 등을 통해 서애 선생의 리더십과 잠재적 대권 후보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아가 반 총장이 충청권 출신으로서 향후 대선에서 TK 세력과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반 총장은 다시 경주로 이동해 유엔 NGO 콘퍼런스 조직 위원장이 주관하는 환영만찬에 참석, 이 자리에는 경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석기 당선인과 원내대변인인 김정재 당선인 등을 비롯해 300여명이 함께했다.
반 총장의 정치적적 행보는 앞서 지난 27일 제주포럼 후 일본으로 출국했다 돌아온 후 그 정점을 찍었다.
반 총장은 28일 충청권의 맹주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전격 예방하면서 '충청대망론' 행보에 속도를 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께 김 전 총리의 신당동 자택에 들러 30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날은 반 총장이 방한 기간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 일정'으로 비워둔 날이었다.
이날 회동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전 총리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밀 이야기를 했다"고 귀띔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반 총장과의 면담 이후 무척 흡족해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도 김 전 총리 예방후 무교동에서 가족 만남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13일) 육사 졸업식에서 저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계셨고, 제가 작년 구순때도 서울 오면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했었다"며 "국가의 원로고 대선배님이시니 인사차 들렀고 내년에 돌아오면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했다"고 했다.
그는 대선 관련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는 "그런 말씀은 안 나눴고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씀을 제가 드렸다"고만 답했지만, 충청 대망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그런 말씀 드릴 상황은 아니고 다음에 내년에 와서 뵙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반 총장은 외교부에서 오랜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 관가와 정치권의 핵심에 있었던 김 전 총리와 오랜 교분을 쌓았고,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김 전 총리와 개인적으로 상의하고 조언을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반 총장은 김 전 총리를 만난 날 저녁 고건 전 총리, 노신영 전 총리를 비롯한 각계 원로들과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찬을 가졌다.

노 전 총리는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 모른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2시간여 만찬이 끝나고 나오면서도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웃으며 "잘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방한 전부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반 총장의 '대망론'은 반 총장이 지난 25일 제주포럼을 계기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 발언으로 포문을 연뒤 수위 조절에 나섰지만, 이번 행보로 인해 정치권에서의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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