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신임 총통이 29일 처음으로 군시찰에 나섰다. 앞서 26일 첫 입법원(국회) 보고서에서 '중화민국 대만'(中華民國 台灣)의 새로운 국호를 선보이며 독립노선을 확실히 한 후의 행보로 주목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차이잉원 총통이 29일 삼군(육·해·공군) 총수의 자격으로 총통 전용기 '공군-1호'에 올라 자산(佳山) 공군기지 시찰에 나섰다고 30일 보도했다.
화롄, 자산기지의 F-16 전투기는 매일 대만 동부와 북부 영공을 시찰하는데 이 지역은 중국이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과 대만-일본 영공의 경계로 차이 총통이 첫 군시찰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대만 중앙사(中央社)는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댜오위아도(일본명 센카쿠) 열도 지역을 포함, 한국, 일본, 대만 등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차이 총통은 자산기지 401연대의 F-16 전투기와 관련 인프라, 활주로, 지휘소 등을 둘러보고 연설을 통해 "오늘 공군기지 방문은 단순한 시찰이 아닌 결심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매일 대만의 '국군(國軍)'과 함께 개혁을 추진하고 대만을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자산기지는 대만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거점으로 이곳을 잘 지키고 관리하면 대만을 수호하고 대만의 국방력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초 사용되기 시작한 자산기지는 산속 깊숙히 위치해 전투기의 이착륙을 쉽게 감출 수 있다. 대만의 상당수 전투기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폭탄이나 폭격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이곳에 있으며 그 숫자는 기밀로 알 수 없다.
차이 총통은 취임과 함께 중국 본토와의 구별을 요구하는 '독립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26일 대만 신정부의 린취안(林全) 행정원장(총리 격)은 26일 첫 입법원 제출 시정방침 보고서에서 '중화민국 대만'이라는 새로운 국호를 사용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대만정부는 대내적으로는 '대만', '중화민국'으로,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중국'의 원칙에 따라 '중화 타이베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왔다. '중화민국 대만'이라는 새로운 호칭은 중국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 대만의 정체성을 강조해 '독립노선'을 걸어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차이 총통은 20일 취임식에서도 '하나의 중국'의 원칙을 담은 '92공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며 독립노선을 견지할 뜻을 보였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정부가 합의한 양국관계에 대한 원칙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해석은 각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중국은 대만 신정부와 차이 총통에 "'하나의 중국' 인정없이는 기존의 양안간 협력기구와 체제를 유지하지 않겠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장즈쥔(張志軍)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은 지난 25일 대만 기업인과의 회담에서 "대만 독립의 길은 죽음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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