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윤주혜 기자 = 산업은행이 수출입은행에 5000억원의 현물출자를 결정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의 첫 자본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수출입은행을 시작으로 내달에는 한국은행 등을 통한 산업은행의 출자 방안이 결정되는 등 본격적인 재원 마련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3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 5000억원을 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키로 결정했다. 산은은 애초 건전성이 악화된 수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출자할 계획이었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이 보유한 출자가능 주식 중 KAI 주식이 산은과 수은 양 은행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출자에 따라 산은이 보유한 KAI 주식은 26.8%에서 19.0%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1대 주주로 변함은 없다. 산은은 수은과 공동매각 의결권 행사를 통해 지배구조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수은에 대한 산은 지분율도 현재 12.9%에서 17.6%까지 늘어나면서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수은 지분은 73.8%로 이중 한국은행이 13.1%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현물출자에 따라 수은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개선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3월 말 기준 수은의 BIS비율은 9.89%로 6개월 만에 10%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은행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조선·해운업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부실채권이 늘어난 영향이다. 현재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라 수은은 수천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출자로 인해 BIS비율이 소폭 상승하게 되면, 자본확충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수은 관계자는 "BIS비율이 10%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자본확충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이번 출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자본확충방안의 보조수단일 뿐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추가적인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선 "이번 출자 외에 아직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출자를 시작으로 내달에는 본격적인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가 태스크포스를 통해 논의하고 있는 방안 중에서는 한은을 통한 '출자+자본확충펀드'가 유력하다. TF는 내달 말까지 이를 바탕으로 세부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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