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짙은 색 바다 위에서 파란색 갑판이 기울어지고 공포에 질린 난민들은 바다로 뛰어든다.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일부다. 다음날엔 정원을 훨씬 초과해 수백명을 태운 작은 난민선이 뒤집힌다. 금요일에는 난민을 실은 또 다른 허름한 배가 지중해로 가라앉는다.
지중해가 난민들의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29일 뉴욕타임즈(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각 외신들이 보도했다. UN 난민기구는 지난주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오던 난민 7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서만 2,000명 이상의 난민이 지중해에서 사망했다. 게다가 이 같은 수치는 생존자의 증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희생자는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건너오는 난민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실어 나를 배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도중에 가라앉거나 난파되기 일쑤다.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난민은 3,700명에 이른다.
지난주 사망자 중에는 보호자 없이 들어오던 청소년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처참한 상황에는 유럽의 난민 위기를 둘러싼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종전까지 난민들은 터키에서 그리스로 향하는 루트를 주로 이용했지만, 유럽 각국에서 난민 반대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유럽연합과 터키는 난민송환협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훨씬 더 위험한 해상로가 유럽행 난민의 주요 루트로 떠올라 난민 사망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NYT에 따르면, 28일 프랑치스코 교황은 아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리스 레스보스 섬으로 가려다 사망한 시리아 여자아이가 착용했던 구명조끼를 보여주며, "난민은 위험한 대상이 아니다. 난민은 위험에 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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