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관행과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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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3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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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관행'은 힘이 세다.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씨의 대작(代作) 사건만 봐도 그렇다. 담당 변호사는 여러 매체 인터뷰 등에서 "미술계 관행 수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관행 자체의 옳고 그름은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관행 또는 관습은 어느새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비단 미술계 뿐만이 아니다.

건설업계에서는 '담합'이 관행의 자리를 채워왔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비정상적인 거래가 꾸준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건설과 관련해 13개 건설사가 담합에 적발됐다. 과장금은 2014년 7월 호남고속철도 담합(4355억원) 이후 두 번째로 많은 3516억원이 부과됐다. 

당시 해당 건설사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뜻을 비추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됐던 프로젝트를 다시 들춰내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과 같은 입찰 시스템에서는 담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어김 없이 나왔다. 결국 관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물론 과징금 규모에 비해 입찰제한 등의 처벌이 뒤따르지 않은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지만,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다는 관점에서 공정위의 역할은 당연하다. 왜 지난 일을 다시 끄집어냈냐는 건설업계의 반응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계속되는 담합 논란에 정부도 입찰방식을 개선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적용됐던 '최저가낙찰제' 대신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한 점 등이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이다. 새로운 제도가 잘 정착될 지 여부는 입찰 당사자들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잘못된 관습(관행)은 악습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모든 업계가 주도적으로 나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힘쓰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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