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신흥묵 한약진흥재단원장 "한의학, 고령화사회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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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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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약진흥재단 제공]


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 심혈관 질환에 대해 연구할 때였죠. 제가 가지고 갔던 한약재의 효능에 놀란 현지 교수들이 미국 국립보건원(NIH) 과제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신흥묵(55) 한약진흥재단 원장은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하버드 의대 초빙교수 시절을 짤막히 소개했다. 그는 "한의학이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주목하는 분야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약진흥재단은 이같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산업화를 위해 올해 1월 세워진 보건복지부 산하 재단이다. 한의학 분야의 공공기관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 미래 성장 동력으로의 한의학

신 원장은 이 재단의 첫 수장을 맡았다. 그 책임감만큼 열정도 남다르다. 

그는 "한의학은 수천년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과학적인 의술이라는 인식은 많이 뒤처져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행스럽게도 현재 한의학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의 투유유(屠呦呦) 전통의학연구원 교수가 지난해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의 특효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전통의학에 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높아진 관심과 함께 시장 규모도 매년 성장 중이다. 세계 대체보완의학 시장은 2015년 기준 약 1142억 달러(약 136조122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2020년이 되면 1543억 달러(183조7713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한의학의 한계점

신 원장은 우리나라가 유구한 역사 등 한의학에 큰 강점을 지녔음에도, 열악한 의료 보장성과 의료 데이터 부족으로 발전이 더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의학 처방은 건보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때문에 국민의 한의학 접근성은 서양의학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전체 건강보험 적용 진료(급여)에서 한의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년째 4%대에 머물러 있다.

신 원장은 "전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이 비용은 오로지 서양의학을 제공하는 곳에서만 적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자신의 치료법을 선택할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재단은 제약회사와 손잡고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한약제제를 만드는 등 국민의 한의학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렇게 내놓은 제품이 알약인 '정우이진탕 정'과 '정우황련해독탕 정', 짜먹는 약인 '정우반하사심탕 연조엑스'(이상 정우신약)와 '함소아보중익기탕 연조엑스'(함소아제약) 등이다. 신 원장은 "제약회사가 물량을 공급하느라 바쁠 지경으로 시장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의사가 이들 제품을 처방했을 때 실익이 적은 점은 고민거리다. 건보가 적용되는 한약제제는 1일분 조제료가 320원에 불과하다. 10명이 방문해도 3200원만 한의사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신 원장은 "제도적 개선을 통해 한의사가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국민은 다양한 치료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복지부와 함께 한의학 의료행위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세분화를 위한 수가 개선 용역사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진=한약진흥재단 제공]


◆인구 고령화와 질병, '한의학이 열쇠'

한의학의 발전은 빠른 인구 고령화를 보이는 우리나라에 더욱 절실한 부분이다. 고령에 따른 노화 현상은 직접적인 치료가 안 되는 면역력 저하와 관련이 깊은 탓이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한의학으로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서양 의학이 급성 질환이나 외과적 처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의 치료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면역저하로 인한 질병에는 체질 개선과 관련한 한의학이 강점을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인구 고령화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이 공통으로 겪는 현상인 만큼 한의학 부문을 선도해 나간다면 충분히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재단은 이에 맞춰 원장 직속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아토피·당뇨·고지혈증·비만 등 만성 또는 난치성 질환에 쓰일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신약은 7년 내로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수천년 된 한의학 기록의 데이터화를 추진 중이다. 이 작업이 한의학 발전을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판단해서다.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서양의학이 의료 선진국의 관심을 받는 것 역시 체계적인 진료 기록 덕분이다.

신 원장은 "동의보감도 결국은 한의학의 진료 기록"이라며 "수만권의 한의 서적과 전국 한방병원, 한의학의 의료 자료를 모아 빅데이터로 만든다면 의학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재단은 설립과 동시에 '한의약 정보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도 하다.

그는 "진료 정보가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방병원과 한의원뿐 아니라 민간의 치유 사례도 한데 모은 한의약 정보센터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학, 세계로 세계로

한의학과 함께 동양의학의 양축으로 불리는 '중의학'의 교류에도 신경 쓰고 있다.

재단 관계자들은 지난달 11~13일 중국 시안에서 열린 '제14차 한·중 동양의학협력조정위원회'에서 중의과학원과 한의학 산업화와 인력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한 상태다. 

신 원장은 "중국 유수 교육기관인 중의과학원과 인력 교류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눴다"며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교류에 들어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중의과학원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투유유 교수가 소속해 있는 연구기관이기도 하다.

한약진흥재단 초대 수장으로서 신 원장은 세 가지 경영방침을 내세웠다. △조직 안정화 △경영의 최적화△국가기관으로의 위상 정립이 그것이다.

그는 "재단이 빨리 정착할 수 있게 분발하겠다"며 "본원을 비롯해 서울과 전남의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확언했다.

신흥묵 원장은 1960년 경북 상주 출신으로, 동국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한의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한의대 교수와 학장을 거쳐 경상북도 한방산업자문위원, 대한동의생리학회 국제이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약사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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