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LG 감독은 지난달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봉중근은 올해 선발로 나서긴 힘들 것 같다. 롱맨을 고려하고 있다”며 봉중근의 보직 변경을 예고했다.
지난 2007년 LG 유니폼을 입은 봉중근은 줄곧 선발로 활약하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 LG의 수호신 역할을 수행하며 109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봉중근은 지난해 선발 복귀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지난 시즌 막판 선발로 전환했다. 이후 봉중근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며 선발 준비에 전념했다. 나이는 많았으나 풍부한 경험으로 선발 복귀 성공 가능성이 엿보였다.
LG는 두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와 스캇 코프랜드, 토종 원투펀치 류제국과 우규민에 이어 이준형이 선발 한 자리를 꿰차면서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양 감독도 “이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봉중근의 자리는 없어졌다.
결국 양 감독의 결정은 불펜 복귀였다. 양 감독은 “봉중근이 80~90개를 던질 수 있도록 만들려면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지금 팀 사정상 오랜 시간을 기다리긴 힘들다”며 “봉중근도 꼭 선발을 고집하고 있진 않다”고 현실적인 불펜 변경을 택했다. 이어 “50~60개라도 힘 있게 던질 수 있다면 롱맨 역할을 맡겨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봉중근은 지난달 21일 KIA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중간 계투로 한 차례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LG는 암 투병을 극복하고 돌아온 정현욱이 롱릴리프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정현욱이 잘 던져주고 있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때를 대비해 봉중근이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봉중근의 선발 복귀는 무산됐으나, LG는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든든한 두 베테랑 롱릴리프를 확보해 마운드가 더 두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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