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이틀 동안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잇달아 열고 채무조정안을 가결시켰다. 조정안은 회사채를 50% 이상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는 2년 거치·3년 분할상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집회에 참석한 일부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출자전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채권의 50% 이상을 출자전환하면 향후 해운경기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투자자산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에서 변동성이 큰 주식으로 바뀌면서 현대상선의 주주 입장에서 회사와 한 배를 타는 셈이다.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총 542억원 규모의 186회차 집회에 참석한 한 사채권자는 “지난번(3월) 집회에 비해 분위기는 좋은 편이었다”며 “출자전환 대상 회사채 이외 나머지 채권에 대해서도 전환사채(CB)로의 변경에 대해 회사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지금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 내에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데 있다”며 “금융당국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겨야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오후 3시에 열린 1200억원 규모의 176-2회차에 참석한 충남 예산 소재 농협에서 온 재무담당자는 “회사(현대상선)에서는 출자전환 비율을 50% 이상 제시하길래 (비율을)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며 “전환비율에 불만은 있지만 위기상황인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같은 회차에 참석한 서울 소재 신협에서 온 재무담당자도 “이전(3월 집회)에는 90% 이상이 반대하는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대다수 찬성했다”며 “다만 기관투자자 외 일부 개인투자자 중에는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아무래도 용선료 협상과 해운동맹 같은 다른 조건들이 해결되는 상황에서 사채권자들이 반대를 하고 나서기엔 부담이 있다”며 “사채권자들은 대체로 무력한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가 모두 끝난 후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자들과 만나 “회사의 어려운 상황에도 사채권자분들의 많은 이해와 양보를 통해 자율협약 시행에 필요한 한 가지 고비를 완료했다”면서 “성원에 감사드리고 회사가 전력을 다해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운동맹 가입 가능성에 대해 “20년 넘게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활동한 현대상선이 재무건전성을 회복한다면 (타 해운사들도)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선료 협상에 대해서는 “항상 그렇듯 협상이란 게 마지막까지 가봐야 한다”며 “현대상선의 회복세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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