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노무현이 선택한 사람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6-02 14:0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최광웅 지음 | 내일을여는책 펴냄

'노무현이 선택한 사람들'[사진=내일을여는책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인사(人事)의 만점은 51점"이라는 말이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중간 수준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평가를 받는다면 '잘된 인사'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하는 것은 어렵고 예민한 일이다.

최근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겠다"고 말하며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국내에서 5박6일간의 '정치적' 행보까지 보인 것은 임기를 6개월 남짓 남겨둔 국제기구 수장으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은 차치라더라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반 총장은 어떻게 지금 자리에 오르게 됐을까? 

'노무현이 선택한 사람들'의 저자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숨은 역할이 반기문의 유엔총장 당선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반기문은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외교보좌관(2003~2004)과 외교통상부장관(2004~2006)을 거쳐 2007년부터 제8·9대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 소장은 이를 "운7기3의 연속"이라 표현하며 반 총장을 "실력만큼이나 운세 또한 기막히게 따랐던 사람"이라 평한다. 

최 소장은 노 전 대통령이 반기문의 유엔총장 출마 선언 이후 꼬박 8개월 동안 15개국을 순방하며 지극 정성을 쏟았던 일, 당선 소식을 전하며 그간의 내막을 알려야 한다는 청와대 참모에게 "쓸데없는 소리, 반기문 총장이 잘 됐으면 된 것이고, 반 총장에게 영광을 돌려라. 아, 기분 좋다"고 말하며 술 한 잔 걸쳤던 '노무현다움' 등의 뒷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준다. 

그렇다고 이 책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 감성 등에 기대거나 S니 P니 하는 이니셜 뒤에 숨는 '추억팔이' '감성팔이'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인사수석실 균형인사 선임행정관, 인사제도비서관을 역임한 인사전문가이자 대한민국 제1호 데이터정치평론가답게 정확한 수치로 참여정부의 인사 상황을 설명한다.

특히 반기문을 비롯해 김원기, 강금실, 김두관, 홍석현, 권은희, 정홍원, 김만복, 최연혜 등 모든 등장인물을 실명으로 거론함으로써 '진짜 노무현'과 그가 만들어간 역사(歷史)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낱낱이 드러낸다. 

노 전 대통령은 철저히 '시스템'에 따라 인물을 추천했고, 그에 따른 결론 역시 존중했지만 '노무현이 선택한 사람들'도 참여정부와 운명을 같이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늘날 자칭 타칭 '노무현의 정치적 후계자'로 일컬어지는 이들마저 그의 등에 비수를 꽂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저자가 "인사 시스템은 만드는 것보다 운용과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혹자는 '인사'를 다룬 책이라 딱딱할 거라는 편견,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에 대한 선입견 등으로 이 책을 집어 드는 것을 주저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언론을 통해서는 알 수 없는 내면의 이야기들이 스토리텔링 식으로 펼쳐져 마치 한 편의 정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힘의 원천은 인사권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인사권을 독선적으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 '수첩 인사' '깜짝 인사' '특정지역 편중인사'로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인사권을 밀실에서 광장으로 꺼내놓아야 하는 이유이다."

저자가 책 머리말로 밝혀둔 이 글귀에 고개가 절로 주억거려지는 이유는 뭘까. 

268쪽 | 1만5000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