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의 美 셰일업체 고사 전략, 부메랑으로 돌아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6-02 13:1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아이 클릭 아트]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현지시간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례회의가 열린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회의에서 감산은 고사하고 산유량 동결 합의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시간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들은 OPEC 회의를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의 산유량 상한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은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이 같은 방침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2일 OPEC 회의에서 어떤 합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올해 초 유가가 10여년래 최저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도 OPEC이 산유량 제한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OPEC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OPEC은 인위적인 생산량 조절을 통해 실질적인 가격 결정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던 중 미국 셰일유 업체들이 OPEC에 도전장을 던졌고 OPEC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새로운 경쟁 상대를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전략을 짰다. 산유량을 계속 늘려서 시장 점유율을 수호하고 미국 업체들을 고사시키겠다는 것.

그러나 사우디의 전략은 부메랑이 되어 OPEC을 때리고 있다. OPEC 회원국 앙골라,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이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며 내폭 위기를 맞은 것이다.

사우디가 저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 외에 새로운 경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사이 다른 OPEC 국가들은 심각한 재정 악화로 사회가 완전히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일부 OPEC 회원국들은 2014년 중반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꾸준히 감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의 요구는 통하지 않았다.

물론 이들 나라가 스스로 문제를 키운 것은 분명하다. 풍부한 천연자원만 믿고 경제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원유 수출을 통한 막대한 수입을 올바로 사용하지 않아 부패가 심각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가장 심각하다. 올해 인플레이션은 70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통화가치는 4년반 사이 99% 곤두박질쳤다. 전기 공급이 멈춰서 에너지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시위자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 70%가 대통령 탄핵을 원한다.

나이지리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나이지리아에서 원유는 수출의 90%를 차지하고 정부 수입의 70%을 책임진다. 저유가도 문제지만 ‘니제르 델라 어벤저스‘라는 현지 무장세력이 원유 시설을 점령하면서 나이지리아의 산유량은 1/3 이상 급감했다.

한편 무함마두 부하리 행정부는 통화 가치를 달러에 고정하는 페그제를 고수하고 있지만 환율이 경제 사정과 다르게 흐르면서 수출입이 큰 위기에 처했다. 또 정부 예산이 모자라서 나이지리아 수십개 주에서는 공무원 월급을 지급할 돈이 말라버렸다.

앙골라도 만만치 않다. 앙골라는 2002년 내전 피해 상황에서 서서히 회복하며 기반시설, 주택, 수도 및 전기 공급을 개선해왔지만, 심각한 물가상승률이 끈질기게 문제가 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레베카 엥게브레첸 연구원은 “생필품 조달도 힘들다. 식료품과 교통비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OPEC 관측통들은 사우디가 유가 통제에서 점점 손을 떼는 터닝포인트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 주도로 사우디 경제의 원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원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OPEC 회원국의 한 실무진은 “OPEC은 자체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여전히 공동의 행동을 촉구하는 나라들이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2일 OPEC 회의에서 깜짝 결과를 예상하지는 않지만 OPEC의 맹주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 신임 석유장관이 다른 회원국 대표들과 어떤 의견을 나눌지를 주목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