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윤주혜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이 금융공기업에 이어 민간은행, 금융유관기관에 대해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했다. 특히 성과중심 문화의 안착은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이라고 강조,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임 위원장은 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제4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9개 금융공기업 수장들을 불러모아 "금융 공공기관들이 진통 끝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만큼 이를 모델로 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과 우리 경쟁력을 감안할 때 현재의 연공서열, 획일적 평가, 현실안주와 보신주의의 낡은 관행을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금융에 미래는 없다"며 "15%에 육박했던 은행 ROE가 2% 초반대로 하락하는 등 금융업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들어선 만큼 금융사 스스로 변화, 혁신, 개혁을 하지 않으면 위기상황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등 9개 금융공기업은 데드라인인 지난달 말에 맞춰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 차등 대상이 기존 부서장에서 책임자 직급까지 확대되고, 차등 폭도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커졌다.
임 위원장은 "민간은행이나 금융유관기관은 성과보수 비중이나 평가방식 등 보수체계가 현행 금융공공기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특히 한국거래소, 코스콤, 증권금융, 금융결제원 등 금융유관기관들이 업무 특성을 감안해 보다 진지한 자세로 문제를 논의해 달라"고 언급했다.
성과연봉제로 인한 노동조합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진통'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성과연봉제에 대한 오해나 우려에 대해 적극 설명해줄 것을 기관장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여전히 동의하지 않고 조직 내 갈등도 해소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런 과정은 금융공공기관의 낡은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겪는 불가피한 진통으로 볼 수 있으나, 기관장들이 조직 안정과 갈등 치유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이어 "성과연봉제 도입 목적은 저성과자 해고와 직접 관련성이 없다"며 "불완전판매, 과당경쟁, 줄서기 문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평가방식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임 위원장은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작으로, 각 금융기관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만들라는 주문했다.
그는 "성과중심 문화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전 직원의 신뢰가 필요하고, 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며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보완하고, 제도 시행 전 파일럿 테스트를 운영하는 등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도 '성과중심 문화의 민간 금융권 확산 필요성'이라는 참고자료를 배포해 국내 금융권이 해외와 비교할 때 생산성은 낮은 데 비해 임금 수준이 높다며 각종 수치를 제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조사 결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권 임금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영국 1.83%, 독일 1.70%, 일본 1.46%, 미국 1.01% 등 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03%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 2010∼2014년 전체은행 영업이익은 연평균 4% 감소했는데도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는 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해외 금융선진국에 비해 국내 민간은행들은 전 은행이 호봉제를 유지하고 집단평가 중심의 평가제를 운영한다"며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호봉제에 따라 급여가 자동 상승하는 등 경직적인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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