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은 마당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을 모두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소세 인하 연장은 그만큼 정부 입장에서 매력적인 단기부양 카드인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 직후 올해 1~2월 자동차 판매 실적을 보면 상당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며 “1분기 소비심리가 살아난 부분도 개소세 인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소세 인하를 마냥 반길만한 처지는 아니다. 말 그대로 ‘한시적’ 정책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반기에 연장을 하면 또 종료되는 시점에 소비절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부진을 늦출 수는 있지만,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코리안데이와 ‘쌍끌이’…버틸 때까지 버티자
정부는 올해도 하반기에 코리안블랙프라이데이(이하 코리안데이)를 진행한다. 지난해 광복절 임시공휴일에 맞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정부는 개소세 인하가 연장되면 코리안데이와 내수회복의 ‘쌍끌이’ 역할이 가능하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 지난해에는 9월부터 개소세 인하가 적용되며 시차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시너지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개소세 인하는 내수 지표에서 확연한 성과를 냈다. 자동차 판매량 증가는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 타타대우, 대우버스 등 국내 완성차 업체 올해 1분기 내수 판매량은 36만85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다. 1분기 판매량 기준으로 2003년 1분기(37만5387대)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결과적으로 개소세 인하는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 증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개소세 인하로 1000억~2000억원 세수 감소를 예상했지만, 10%가 붙는 부가가치세 수입이 이를 상쇄하며 ‘윈-윈 효과’를 거뒀다.
여기에 올해 국세 수입이 작년보다 10조원 넘게 더 걷히는 등 세수 여건이 좋아 정부도 하반기 개소세 인하가 싫지 않은 분위기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개소세 인하 이후 법인들의 차량 구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며 “경제 효과를 따져보면 분명히 긍적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편한 길 선택하는 정부…장기 비전 절실”
개소세 인하가 소비회복에 분명한 효과가 있음에도 정부가 주저하는 부분은 ‘단기부양책’이라는 여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나 정치권에서는 단기부양책이 임시방편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너무 편한 길을 선택한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재정금융팀장은 “추경편성,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이는 한시적인 정책일뿐”이라며 “전체적으로 품목을 재점검하는 등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개소세 인하는 미래 소비를 앞당기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 부양책은 경기·재정 쪽에서 경기가 꺾일 우려가 있을 때 이를 단기적으로 받쳐주면서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100원을 써서 100원 효과만 주면 쓸 필요가 없다. 미래세대에 빚을 넘기는 것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미시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며 “재정을 쓰더라도 연구개발(R&D) 쪽에 집중하는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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