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교수를 총격 살해하고 자살한 용의자의 노트에서 살해 대상을 지목한 '살생부'가 발견돼 범행 동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LA 경찰국은 2일(현지시간) '자살 총격' 사건 용의자가 미네소타 출신의 인도계 전직 박사과정 대학원생 마이낙 사르카르(38)이며, 그의 집에서 살생부 명단이 적힌 노트를 발견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경찰은 사건 용의자 사르카르가 전날 오전 9시 55분 공대 건물인 볼터홀 실험실에서 윌리엄 스콧 클러그(39) 기계ㆍ항공우주공학 조교수를 총격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다.
찰리 벡 LA 경찰국장은 "살생부 명단에 오른 또 다른 UCLA 교수는 안전한 상태에 있다"면서 "이 교수는 사르카르를 지도했던 교수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벡 국장은 그러나 이 교수의 신원은 안전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르카르가 최근 몇 달간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이 총으로 살해한 클러그 교수를 비난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증오에 따른 계획 범죄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르카르는 지난 3월 10일 소셜 미디어에 "윌리엄 클러그 UCLA 교수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교수가 아니다"면서 "그는 매우 역겨운 사람으로 신입생들은 가급적 그를 멀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썼다.
UCLA 공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박사 과정의 사르카르가 클러그 교수가 졸업을 불허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사르카르는 클러그 교수가 자신의 컴퓨터 코드를 훔쳐 다른 사람에게 넘겨줬다고 비난했다"면서 "이것이 살해 동기인지는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는 인도 카라그푸르에 있는 인도공과대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UCLA 박사 학위 과정에 등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유명 대학의 교수와 제자 사이에 총격 살인 사건이 벌어진 사실에 많은 미국인들이 충격을 받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 눈앞에서 벌어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면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총기 규제 또는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텍사스주를 비롯한 8개 주가 캠퍼스 내 총기 휴대를 인정한다. 23개 주에선 학교가 학생 또는 교직원의 총기 휴대 여부를 결정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캠퍼스 내에서 총기 휴대를 전면 금지하고 강력한 총기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19개 주 가운데 하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UCLA 총격 사건이 2012년 12월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래 학교에서 벌어진 186번째 총기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사고가 벌어지는 미국에서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학교에서도 총격전이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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