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한국인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정액에서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팀은 국내 지카바이러스 감염환자 중 1명의 정액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RT-PCR)와 바이러스 배양검사를 통해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를 분리해냈다고 3일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오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KMS) 7월호 온라인판에 공식 발표했다.
논문을 보면 이 환자는 올해 초 해외에 체류하던 중 모기에 물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환자는 귀국할 때도 평소와 다름없는 건강을 유지했으나, 귀국 후 5일이 지난 후부터 지카바이러스 증상 중 하나인 '발열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약 3일 동안 몸 상태가 더욱 악화하면서 근육통, 발진 증상까지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정액 내 바이러스 분리가 성접촉을 통해 지카바이러스가 옮겨갈 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PCR 검사로 유전자 조각이나 항원이 검출되더라도 바이러스가 죽어 있다면 전파의 위험성은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정액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바이러스가 분리됐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전파 위험성을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성접촉에 의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은 9개 국가에서 보고됐다. 모두 건강한 사람이 감염지역 여행력이 있는 환자와 성접촉을 한 뒤 감염된 경우다.
미국에서만 8건이 보고됐는데 1건은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다. 이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칠레, 포르투갈령 마데이라, 페루, 캐나다에서 각각 1건씩 나왔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로 볼 때 성관계를 통한 지카바이러스 전파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명돈 교수는 "지카 유행지역에 여행을 다녀온 남성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남성이 임신한 부인과 성관계를 할 경우 태아에게 지카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국내에서도 (지카바이러스에 의한) 소두증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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