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서양회화의 기초 위에 동양의 미학을 실현한 '민족 화가' 이중섭(1916-1956)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10월3일까지 서울 덕수궁관에서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을 개최한다. 국립미술관 역사상 최초의 이중섭 개인전이다.
만 40세의 나이로 요절할 때까지 그는 통영 진주 서울 대구 왜관 등지를 전전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말년에는 가족과 재회할 수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거식증을 동반한 정신적 질환을 앓기도 했다.
이중섭은 1970년대 이후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오며 '국민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강했고, 그의 작품들은 수차례 거래를 반복하며 상당 부분 흩어졌다. 이는 결국 그의 작품 가격만 천문학적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고, 그만큼 일반인들이 원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다.
이번 전시는 산발적으로 보관되던 이중섭의 원작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았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를 위해 그의 은지화 3점을 소장하고 있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해 총 60곳의 소장처들로부터 200여 점의 작품, 100여 점의 자료를 대여받았다. 이 덕분에 '황소' '욕지도 풍경' '길 떠나는 가족' 등 그의 대표적인 유화 60여점과 드로잉, 엽서화, 편지화, 유품 등이 망라될 수 있었다.
전시는 이중섭이 거쳐 간 시공간을 따라 전개된다. 첫 전시실은 상대적으로 작품수가 적은 '부산·제주도 피란시기'로 꾸며지고, 전쟁 직후 절정기에 이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통영 시대', 가족을 그리워하며 수많은 편지와 가족그림을 남긴 '서울 시대', 그리고 경제적 궁핍과 절망 속에서 지냈던 '대구와 서울(정릉) 시대'의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중섭은 해부학적 이해와 엄밀한 데생 실력을 토대로 한국 고유의 미의식을 담아내고자 했다"며 "작가 스스로 말했듯이 '정직한 화공' '민족의 화가'가 되고자 했던 그의 신념이 작품 곳곳에서 발현된다"고 설명했다.
전시 입장료는 성인 7000원, 유아·초·중·고등학생 4000원(덕수궁입장료 포함). 문의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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