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대학들에서 중국을 비롯한 외국 출신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이들이 대학 재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해당 대학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국의 공립 14개 대학에서 2014∼2015학년도에 보고된 시험 부정행위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 학생의 부정행위가 미국인 학생보다 2∼8배 많았다고 보도했다.
14개 대학 전체로는 외국인 학생의 부정행위는 100명당 5.1건인데 비해 미국인 학생은 100명당 1건이었다.
미국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은 각종 학자금 재정보조를 받는 미국 학생보다 2∼3배 비싸게 등록금을 내고 있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대학에는 좋은 수입원이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캘리포니아 주립대(UC) 계열 등 미국 내 주요 공립대학 뿐 아니라 일부 유명 사립대학들에서까지 중국 등 외국인 신입생들의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외국 출신 학생들의 구체적인 부정행위를 보면 오하이오주립대는 중국에서 온 학생이 돈을 받고 친구 대신 시험을 치른 것을 적발했다.
UC 어바인에서도 몇몇 외국인 학생이 '신분증 분실 전략'을 활용해 다른 사람이 대신 시험을 보도록 했으며, 애리조나대의 한 교수는 중국인 학생들이 틀린 답을 똑같이 적어낸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학 관계자와 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에게서 특히 부정행위가 심하다고 전했다.
애리조나대의 지리학 교수인 베스 미치넥은 "중국인 학생들, 특히 언어가 잘 안되는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부정행위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오하이오주립대는 지난해 중국인 학생들이 이용하는 게시판에 '시험당 500달러(약 59만 원)를 주면 대리시험을 해 주겠다. 학점은 A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대학 측은 최소 30명이 대리시험 부정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학생들을 조사하고 있다.
부정행위가 적발된 학생은 F 학점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퇴학이라는 최고 수준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국인 학생이 늘어나면서 대학의 재정은 좋아지고 있지만, 학위의 진실성은 훼손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버지니아주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최근 미국 내 주요 대학들이 재정적 이유에서 중국 출신 학생 등의 입학을 늘리면서 미국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전에 비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에 따라 미국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 출신 학생들의 부정행위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면 향후 미국 대학들의 입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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