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메피아와 산은, 그리고 변한 것 없는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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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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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산업부 기자)]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안타까운 20세 청년이 숨을 거뒀다. 그의 유품으로 발견된 사발면과 숟가락은 많은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월급 140여만원의 박봉을 받던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 이면에 최소 연봉 4000만원과 복지비까지 챙긴 메피아(메트로+마피아)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온 기득권층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6월 1일 STX조선의 정상화를 이끌던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복귀한지 만 1년이 됐다. 2000년대 초 워크아웃에 빠진 회사를 구해낸 조선업계 경영전문가인 정 사장의 복귀에도 지난 1년간 회사의 상황은 나아지긴 커녕 오히려 더 악화됐다. 수주가 끊기면서 회사는 추가 자구안을 통해 더 많은 인력과 자산들을 축소하거나 팔아야 할 처지가 됐다.

정 사장은 지난 1일 열린 경영설명회에서 “자구노력이 실패하면 퇴출이다.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며 끝없는 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태도는 지난해와 변함이 없어 보인다. 당시 관련업계와 언론에서는 부실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내려보낸 산업은행에 있다고 지적해 왔지만 그들은 경영에 관여한 적 없다는 입장만 반복해오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양호한 삼성중공업에도 자구안을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출신 CFO들은 본인이 직접 윗선에 줄을 대 관리 대상 회사로 내려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그들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 대우조선해양의 모습은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있는 형국이다. 대주주조차 책임에서 회피하는 상황인데 그런 회사가 잘 돌아갈리 없다. 최고 엘리트 집단이 최고의 무능 집단으로 변질된 이유는 기득권 외에 설명이 불가능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들이 진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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