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대형 국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노동법에 반대하는 시위의 확산 조짐이 계속되는 데다 폭우까지 겹쳐 손님맞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CNBC 등 외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파리를 강타한 이번 폭우 피해로 인해 보험 보상금은 최소 6억 유로(약 7936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보험금과는 별도로 수재민에게 수천만 유로를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상기후로 인해 전례없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최소 4명이 숨지고 프랑스의 도시와 마을 곳곳에서 홍수 피해를 입었다. 전기 공급이 끊긴 가구 수도 현재 7000여 곳에 이른다. 센 강은 지난 1982년 이후 34년 만에 최고 높이가 6m를 넘어 일부 지역에서 강물이 범람하기도 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물 높이가 낮아지고 있긴 하지만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르세 미술관, 루브루 박물관 등은 침수 피해를 우려해 각각 7일, 8일까지 휴관할 계획이다. 지하 창고에 있는 예술품 25만 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상층에 옮겼다. 그랑팔레, 국립도서관 등 또 다른 관광지뿐만 아니라 센 강변 식당들도 문을 닫았다.
대규모 국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테러 위협에 기상재해까지 겹치면서 프랑스 정부가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프랑스에서는 오는 10일부터 한 달간 '유럽판 월드컵'으로 꼽히는 유로 2016을 개최한다. 7월에는 2일부터 24일까지 3주 동안 세계 최대 자전거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도 한 달간 열린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유로 2016 행사에만 모두 800만 명이 프랑스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치안 유지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앞서 경찰, 사설 경호원 등 테러 대응에만 9만 명의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연쇄 테러 당시 13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한 뒤에는 테러방지법을 강화하는 등 테러 대응에 공을 들이고 있다. 테러수사권 강화법안에 따르면 경찰은 테러에 연루됐다는 심증만으로도 변호사 접견 없이 4시간까지 용의자를 억류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노동법 개정 관련 반대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실업률 해소를 위해 긴급명령권을 발동, 노동법 개정안을 직권으로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주 35시간 근로제의 폐지, 해고요건 강화 등이 담겨 있어 '친기업'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대규모 시위대가 정유공장을 점거하면서 프랑스 소재 전국 1만 1500개 주유소 가운데 7%에 해당하는 820곳의 기름이 완전히 바닥난 것으로 추산된다. 서부 지역에서는 원자력발전소 노조 파업으로 전력 공급이 차단돼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프랑스 국적 항공사인 에어 프랑스 소속 조종사들도 나흘 간의 항의 시위를 예고하고 나섰다. 시위 시작일은 유로 2016이 개막한 다음날인 11일부터다.
에르베 베캄 프랑스 호텔리어 연합 부회장은 "파리 호텔 객실 점유율이 25%가량 줄었다"며 "파업, 홍수, 테러가 프랑스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인정한다"며 전했다. 올해 두 건의 굵직한 국제행사를 치른 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오는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도 힘을 쏟으려던 프랑스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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