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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초청으로 열린 ‘정의당의 정체성 형성’ 강연에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를 비롯해 당 소속 의원들을 바라보면서 “당이 갖는 지배적인 이념이 있느냐”라며 “무이념 상태라고 느껴질 정도”라고 꼬집었다. [사진=유투브 캡처]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7일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향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주류 정당과 차이가 없는 무이념 상태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정치학자다.
특히 최 교수는 과거 진보적 정치운동이 과도한 이상주의에 노출된 결과, 진보정당 등 진보진영의 이데올로기를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다만 사회주의 몰락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영역에서의 이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진영 내 자유로운 이념 토론의 당위성을 피력한 것이다.
최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초청으로 열린 ‘정의당의 정체성 형성’ 강연에서 “당이 갖는 지배적인 이념이 있느냐”라며 “무이념 상태라고 느껴질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진보 정당이 주류 정당과 별로 차이가 없다”며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무이념 상태라는 것은 정치에서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앞선 시기의 진보적 정치 운동과 정의당의 현재 상황을 대비시켜 보면 상당한 격세지감이 있다”며 “과거에는 이념이 넘쳐흘러서 문제였는데 현재는 이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최 교수는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를 선택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그런데도) 진보적 정치운동은 과도하게 이상주의적이었고, 유토피아적 이상을 내걸었다. 이것이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의 종언 이후에도 정치 영역에서의 이념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현실에서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어떤 논리를 근거로 삼을 것이냐는 중요한 정치 의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서 자유로운 이념 토론이 존재하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죽은 정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정당 체제는 위로부터 권력이 창출되고 명사들이 이끌어가는 체제”라며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려면 사회 집단들과 직접 연결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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