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초고속 인터넷 고객이 공유기 노후 및 고장으로 인해 장비 교체를 요청할 경우 새 모델로 바꿔줘야 하나 KT는 수년 전의 구형 모델로 교체, 가입자 간 차별을 두고 있다.
더구나 이들 고객을 상대로 오히려 요금이 비싼 기가 인터넷 가입을 유도하는 등 소비자 권익은 뒷전으로 밀어놓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의 공유기 교체 건에 대해 구형으로만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KT에 수차례 요청해 공유기를 바꿨으나 인터넷 접속 불안정 상태는 개선되지 않았다. 또 매번 구형 공유기(2012년 제조)만 가져와 신형 교체를 요구했으나 거절했다. 몇 주에 걸친 인터넷 불량으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KT 서비스 기사는 "기존 제품과 같은 것으로만 교환된다. 규정상 개선된 제품으로 교환해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메가급에서 기가급으로 인터넷 속도를 상향하지 않는 이상 최신 공유기 교체는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KT의 '인터넷 라이트'(요금 2만5500원)를 이용 중인 A씨가 기가급으로 상향 조정할 경우 1만원 안팎의 요금(기가인터넷 3년 약정 3만5000원)을 더 내야 한다.
무엇보다 공유기 등의 장비(모뎀)는 고객이 정당한 대가를 내고 빌려 쓰는 형태(무약정 4000원, 1년 약정 3000원, 2년 약정 2000원, 3년 약정 무료)다.
A씨는 "KT 인터넷 약정 만료가 오는 11월 중순이다. 약정 기간 내 해지할 경우, 사용 기간에 따라 서비스 이용료와 장비(모뎀)임대료에 대한 할인반환금이 부과돼 사업자를 바꿀 수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재약정을 통해 총 11년 5개월간 KT 인터넷 이용한 장기 고객이며, KT스카이라이프는 8년 8개월을 이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2년 제품이 남아있다면 KT의 재고 털기로 밖에 안 보인다"며 "KT가 기가급 전환을 유도해 평균사용 요금을 인상하는 '업셀링' 효과를 노리고 있다. KT 기가인터넷 가입자 증가에 힘을 쏟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기가인터넷 가입자 수는 KT가 140만, LG유플러스가 25만 SK브로드밴드가 20만 가입자 순이다.
KT의 경우 지난달 기가 인터넷 출시 1년 7개월 만에 가입자 150만명을 돌파했다. 연초 KT 황창규 회장은 올해 연말까지 기가 인터넷 가입자 수를 최대 22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특히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통 3사 가운데 KT만 소속 직원이 설치와 수리업무를 해 재고 순환이 느리다. 외주를 주는 LG유플러스의 경우 장비를 사 오면 외주업체 채권으로 잡혀 재고 순환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설치 및 수리 업무는 외주화한 반면 KT는 모든 업무를 KT 직원이 맡는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KT가 이 같은 영업방식을 펼쳤다면 이용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KT 입장 확인 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KT 측은 "공유기 교체 시 현재 가입하는 고객 기준의 신형으로 바꿔준다. 장기 고객이라면 KT 이용 유지를 위해 장기고객 관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며 현장의 모습과는 다른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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