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사실상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당 지도부가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당내에서는 미국 대통령 선거 본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당 분열에 따른 대선 패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CNBC 등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가 멕시코계 연방판사를 비판한 발언은 말 그대로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이라며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어떤 논리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무조건적 '트럼프 감싸기'를 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트럼프대학' 사기 혐의 사건과 관련해 내부 서류 공개 결정과 함께 법정 출석을 명령한 곤살레스 쿠리엘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를 비판해왔다. 쿠리엘 판사가 멕시코계이기 때문에 자신을 증오하고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트럼프는 함께 경쟁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 여러 소수계 그룹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제 미국인들이 걱정하고 신경 쓰는 실질적 이슈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에 대해 법과 질서, 제도적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높여왔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돼 온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부통령 카드'를 포기하면서까지 트럼프의 '잘못'을 성토하기도 했다.
마크 커크(일리노이)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발언은 완전히 잘못됐고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아예 지지를 철회했다.
이 같은 비판은 트럼프 때문에 오히려 대선을 그르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에 분노하는 히스패닉계와 이슬람계 등 소수계 유권자들의 지지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자칫 대선 본선은 물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의원 선거도 망칠 수 있다는 게 주류 진영의 판단이다.
상원의원 가운데 일부 지지 철회가 나오는 등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트럼프는 이날 이례적으로 즉각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트럼프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성명을 통해 "내 발언이 멕시코계에 대한 단정적인 공격으로 오해돼 유감"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더는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가 언제 입장을 바꿀지 모른다는 의구심도 여전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와 당 지도부 등 주류 진영이 또다시 정면으로 충돌한 가운데 갈등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해 대선 패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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