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구조조정과 동학 농민군의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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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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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부 이정주 기자]

연일 조선·해운발 구조조정 이슈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자구계획안이니 자본확충이니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따라가다 문득 지금 우리 국민들을 생각하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좀 과장하자면 구한말 동학 농민군의 처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동학 농민군은 같은 민족이지만 백성을 핍박하는 탐관오리와 개혁·개방이라는 감언이설을 내걸고 침략을 도모하는 일본군 사이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금은 국책은행에 낙하산 인사를 남발해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고 혈세를 쏟아 붓는 사태를 만든 먹튀 정부와 부실기업을 노리고 들어와 매각 후 차익을 얻는 먹튀 자본에 대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우리 조선업이 이토록 처참히 무너질 때까지 과연 아무런 신호도 없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선업 같은 대규모 산업은 그 규모 만큼이나 긴 사이클을 보인다고 한다. 문제는 하락 사이클에 돌입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내 임기만 넘기면 된다'는 경영진의 책임의식 부재와 국책은행의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부실을 외면했던 정권의 낙하산들이 합동으로 만들어낸 재앙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소회는 가볍게 들을 게 아니다. 홍 전 회장은 '당국이 모든 것을 좌우하면서 채권단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서별관회의를 통해 국책은행의 예상 부실비율까지 산정해 부채를 안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오죽하면 재벌개혁을 주장하던 진보진영에서 '먹튀자본'이라 불리는 사모펀드(PEF)를 끌어들여 자본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까. 물론 모든 사모펀드가 '먹튀'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론스타와 칼라일, 엘리엇펀드 등 국내 시장에 발을 담갔던 이들의 대중적인 평판이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부실기업을 감시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 국민 앞에 놓인 선택지가 사모펀드 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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