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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보완방안 합동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다음은 임 위원장의 일문일답
- 현대중공업은 현재 수주를 하는 데 국책은행에서 선수금환급보증(RG)을 꺼린다.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 조선해운 익스포저를 줄여야 한다는 일반은행의 시각에 따라 거래가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시작하면 결국 대상을 분명히 하고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시장에서 확정되지 않았던 자구계획이 확정됐다. 채권단은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주채권은행이 내일쯤 모여서 설명을 하고 자구노력이 검증되면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것이다.
- 이번에 새로 만든 산업 경쟁력 관계 장관 회의가 서별관회의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 서별관회의는 경제장관회의다. 경제장관들이 공식적으로 모여서 하는 여러 가지 회의체 중 하나다.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시급할 때 필요한 이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데 장소로 인해 서별관회의라고 불리고 있다. 1997년부터 존재했다. 서별관회의는 최종 결과물을 이뤄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과정 자체를 문제 삼으면 안된다. 산업 경쟁력 관계 장관 회의는구조조정만 더 깊이 있게 논의하기 위해 관련 장관들이 논의하는 합의체다.
- 오전 협의체 회의에서 구조조정 상황에 따라 5조원에서 8조원까지 자본확충 규모가 논의됐다. 산은과 수은은 각각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시나리오가 나왔나.
▲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의 근거가 되는 게 바로 5조~8조원의 예상 손실이다. 먼저 조선해운은 현황 기업을 업종별·규모별로 그룹을 만들어서 그룹 내에서 개별 기업들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다각적으로 살펴봤다. 각각에 미치는 손실을 계산한 것이다. 두번째는 건설과 철강, 유화 개별 부실기업 나머지 업종까지 과거의 대손 비용을 고려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파악했다. 세번째는 구조조정의 소요 재원 외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하는 게 정책금융의 본연의 기능이다.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바젤Ⅲ와 같은 새로운 자본규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 세가지를 합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파악한 것이다. 시나리오를 벗어나서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했다.
-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상황이 나빠지면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한다고 했는데 시점은 언제인가. 또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시 대주주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나.
▲ 컨틴전시 플랜은 조선업계 상황과 선박들의 추가 비용 발생 여부 등에 따라 작동된다. 따라서 수주상황 및 경영상황에 따라 작동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주채권은행과 기업이 자구계획 이행 상황을 체크하면서 그 판단에 따라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부족 상황을 신규 자금이 아닌 자구계획에 의해서 나가겠다는 원칙에 입각했기 때문에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대주주 참여 문제는 삼성중공업이 판단할 문제다.
- 자본확충펀드 대출로 인해 한은이 지원한 대출금 회수를 못했을 때 신보가 이를 지급할 여력이 있나.
▲ 신보의 원래 역할이다. 대출에 대한 보험기관이며, 정부가 보증하는 기관이다. 한은의 대출금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증, 회수하는 데 아무 지장 없이 해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 대우조선과 STX조선을 보면 긴급성을 다 인정하더라도 4조원 가량이나 휴지조각이 됐다. 시장에 맡기거나 공개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 지원금액이 모두 없어진 게 아니다. 정상화를 위해서 쓰이고 있다. 4조5000억원은 현재 갖고 있는 선박을 포기하거나 고용 등 일시에 충격을 주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협력업체 지원과 나머지 돈은 회사채 상환 등에 쓰였다. 현재도 정상화를 위해서 쓰이고 있다. 조선업은 기본적으로 선수금으로 돌아간다. 자전거가 멈추지 않아야 넘어지지 않 듯 선수금이 끊임없이 들어와야 운영된다. RG에 대한 콜 상태가 이뤄지지 않도록 구조조정 방향이 이뤄져야 한다. 조선업황의 업앤다운이 계속되지만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에 호황기까지 버티게 해야 한다. 버틸 수 있도록 인력과 설비를 최대한 유연하게 가져와야 한다. 구조조정 타이밍을 언제 잡느냐는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 정리하는 것과 건조 중인 선박을 다 내보내는 것, 어떤 선택이 더 좋을지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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