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섬유원자재 시장에서 먹거리시장으로
“광장시장이요? 육회랑 빈대떡 파는 곳 아닌가요? 친구들이랑 자주 찾고 있지만 먹는 것 이외에 다른 물건을 사러 오지는 않아요.”(대학생 손상희씨)
“대부분의 TV프로그램에서도 광장시장의 음식 위주로 소개하고 있어서 먹거리 특화 시장인 줄 알았어요. 시장이 넓지만 사람이 많이 몰린 곳으로 눈길이 가다보니 다른 곳에서는 무엇을 팔고 있는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회사원 성민호씨)
지난 1904년 문을 연 종로광장전통시장은 1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건축면적과 매장면적은 각각 8만4290㎡(약 2만5500평), 4만2150㎡(약 1만2750평)에 달하고 4000여개 점포에는 약 1만명의 상인들이 저마다의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농·수산물부터 주방용품, 침구, 의류, 제수용품, 수입품 등을 아우르며 일일 방문객수만 6만여명에 달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상설시장이라 할 수 있지만 시장 상인들은 섬유원자재 업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섬유종합시장이 원조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30년째 양장점을 운영중인 서덕원(57)씨는 “예전에는 한국의 모든 섬유가 광장시장을 통해 오고 갔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맞춤복을 선호했기 때문에 이곳의 90%는 섬유관련 업체로 이뤄졌었다”며 “방문객이 증가했지만 대부분이 먹거리 골목을 찾는 사람들뿐이고, 섬유 공급체계도 대기업들의 대량생산으로 많이 변화돼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성향이 기성복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대량생산체제가 불가능한 소상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값싼 중국제 원단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질 좋은 국내 제품들이 외면 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광장시장 상인총연합회 측은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이곳을 그 명성에 걸맞게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 시장 상인총연합회 조병옥 사무국장은 “먹거리 골목의 경우 기존의 운영방식을 유지하고, 소외되고 있는 섬유업체를 더욱 활성화 시키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라며 “맞춤복 제작 과정의 간소화와 빠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 주최의 한복 및 양장 패션쇼 등을 기획해 우수한 디자인과 품질의 제품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