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과잉생산으로 세계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원흉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 철강의 수출량이 지난달에도 증가세를 지속했다.
중국 해관총서가 8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철강재 수출량은 942만t으로 전월인 4월(308만t) 대비 3.7%가 증가했다. 이로써 올 들어 5월까지 중국 철강재 누적 수출량은 4628만t으로 전년 동기대비 6.4%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중국 철강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3월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중국 철강기업의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 수출량 증가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4월 말 기준 콘크리트 보강용 강철봉 가격은 지난해 12월 수 십년간 최저치에서 80%가량 상승했다. 4월 상승폭만 30%에 육박했다. 4월 중국 철강업계의 일평균 생산량은 231만4000t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철강'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 유럽 국가 간의 양상은 '통상 전쟁'을 방불케한다. 지난달 말 미국 상무부는 '관세법 337조' 위반을 이유로 중국 철강업체 40여곳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또,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 내부식성 철강제품에 최대 45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 발끈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맞불을 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럽연합(EU) 의회는 '메이드 인 차이나' 공습이 유럽기업 생존과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말 중국 시장경제지위(MES,Market Economy Status) 부여를 거부했다. 시장경제지위가 있으면 해당제품 수출국의 국내 가격 또는 수출국의 비용을 기준으로 덤핑 여부를 판정하지만 부여받지 못할 경우 다른 시장경제 국가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덤핑 판정의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막을 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화두 중 하나도 '철강 감산'이었다. 중국은 미국 측의 의견을 수용해 "철강 과잉생산 해소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변화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당시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 부장(장관 격)은 "중국은 더 이상 계획경제가 아니어서 기업에 감산목표 달성을 무작정 강제할 수는 없다"며 "중국은 과잉생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이미 9000만t을 감산했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화하시보(華夏時報)는 9일 기업간 합병 및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이 불가피한 '공급 측면 개혁'이 추진되고 올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EU·칠레·미국·베트남·호주·인도·콜롬비아·캐나다와 말레이시아 등이 중국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거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 철강업계의 '내우외환'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중국은 이미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 철강재 생산량은 8억t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철강재 수출량의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은 20%에 육박했지만 올 해 누적 증가율은 10%를 밑돈 것을 근거로 들었다.
똑같은 증가율을 두고 해외에서는 "여전히 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중국은 "증가 속도가 줄고 있다"며 방어전을 펼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 철강 가격이 최근 다시 약세를 보이면서 중국 철강 공급과잉에 대한 팽팽한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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