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1초 만에 하얘지는 미백 크림', '지워지지 않는 진짜 립타투'. 화장품 업계에 과장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 기관은 손을 놓고 있다
9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일부 화장품 광고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면서 추가 설명문을 기재, 교묘하게 적법과 불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고객을 현혹시키고 있다. 문제는 최근 화장하는 연령층이 더욱 어려지는 추세인 만큼 소비자들이 이런 광고에 휘둘려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픈마켓이나 온라인 매장을 주요 판로로 삼는 일부 중소업체의 광고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바르기만 해도 피부 결이 달라진다'는 스킨케어 제품, '단시간에 피부를 하얗게 해준다'는 미백 제품, '양치를 하고 밥을 먹어도 하루 종일 남아 있는다'는 립 제품 등 기능성을 지나치게 과장한 문구가 대다수다.
화장품의 수식어가 자극적인 경우가 많았다.
'마성의 미친 크림', '절대 마법 크림', '대망의 피부 효과', '미친 코팅감', '개털이면 사세요' 등 화장·미용용품의 정확한 기능과 성분보다는 시선을 사로잡는데만 열을 올린다.
또 '백화점에서 난리 난', '연예인들이 없어 못 사는' 등 실질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광고도 많았다. 정확한 기준점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문구는 연예인 선호도가 높고, 경제적으로 백화점 상품을 사기 어려운 청소년 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장품 업계 측은 "광고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정확한 기능 소개는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쓰여있다"며 "과장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적은 후기를 인용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업계 주장대로 화장품 후기에는 광고 문구 그대로의 효과를 경험했다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화장품 업체들은 노골적으로 '칭찬 댓글' 등을 달아주는 고객에게 사은품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진정성 입증에 무리가 있다. 유명 블로거의 글도 '제품을 증정 받아 작성한 후기'라고 작게 적혀있는 것이 부지기수다. 주관적인 간접 홍보가 사실로 둔갑할 위험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광고에 대해 '네거티브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사용하면 안 되는' 문구를 지정해두고 그 문구를 사용하는 업체를 적발하는 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다소 선정적인 문구가 사용된 것은 맞지만 광고 전체의 맥락을 살펴보면 과장 광고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초 만에 하얘지는 미백크림'이라고 광고해도, 설명문 중 '피부 자체를 하얗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희게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으면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픈마켓과 온라인 판매는 제품 소개에 분량 제한이 없다. 이러한 특성상 상품 소개에 글과 사진이 지나치게 많아 특정 문구를 찾거나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다. 실제 식약처에 '1초 만에 하얘지는 크림' 광고에 대해 문의했을 때에도 2일 정도의 검토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대해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소 기업의 경우 다양한 플랫폼이 없어 제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과장된 문구나 사진, 표현 등을 사용하곤 한다"며 "화장품 법이 정해져 있어 법적 한도를 넘지 않겠지만 소비자가 현혹될 여지가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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