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오너가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시작된 균열의 조짐이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까지 불러들였다. 분쟁의 과정에서 불거진 설왕설래했던 사항들이 각종 사업영역으로 불똥이 튄 결과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내 신동빈 회장 집무실과 평창동 자택, 주요 계열사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다. 본사 34층에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 거처와 집무실, 성북동 자택 등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대상 계열사는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백화점·마트·시네마사업본부), 롯데홈쇼핑, 롯데정보통신, 롯데피에스넷, 대홍기획 등 6곳이다. 이들 계열사의 핵심 임원들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압수수색에 동원된 수사관 등 검찰 관계자만 200여명이 넘는다.
이번 롯데그룹 위기의 시작은 지난해 7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형제 간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면서부터다. 분쟁 과정에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폐쇄성이 드러나자 사회 전반에서 그룹의 투명성 확보를 요구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까지 출석해 의혹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신 회장은 이후에도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호텔롯데의 상장을 약속하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씨는 다시 커졌다. 이달 말에도 한·일 롯데의 지주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총수 자리를 놓고 다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어서 재계 관계자들은 경영권 다툼이 끝나지 않으면 롯데의 위기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집안싸움으로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의 관련 일정도 차질을 빚게됐다. 롯데월드타워는 면세점과 호텔·레저 사업이 모두 맞물려있어 그룹 전체의 타격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말로 예정된 롯데월드타워와 면세점 사업을 연계하기 위해 면세점 특허 재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신영자 이사장의 정운호 게이트 연루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면세점 특허 획득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롯데홈쇼핑 문제도 골칫거리다.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6개월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치열해진 홈쇼핑 시장의 채널 영향력이 축소되고 다양한 사업에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이번 검찰 수사의 시작도 롯데홈쇼핑의 비리 사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검찰은 11일 오후부터 롯데그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대상에는 롯데그룹의 정책본부와 계열사의 재무담당 실무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이명박 정부 관계자까지 뻗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된 제2롯데월드 사업이 번번이 무산됐다가 이명박 정부때부터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월드타워의 인허가 과정에서 정계 관계자를 향한 금품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었다.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의 영향은 바로 시장에 반영됐다. 검찰 압수수색이 있던 지난 10일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푸드·롯데칠성·롯데하이마트·롯데손해보험·롯데관광개발 등의 주식이 동반 하락했다. 게다가 롯데그룹이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12위권으로 키우기 위해 야심 차게 계획했던 미국 액시올(Axiall Corporation)사 인수 계획도 철회했다. 롯데케미칼 허수영 사장은 "인수 계획 철회는 아쉬움이 크지만,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는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갑작스러운 대규모 압수수색의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서는 "최근 불거진 사안들로 인해 이미 한 차례 미뤄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를 통해 또다시 악영향이 미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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