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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 2월 어업용 면세유를 정제해 시중에 판매한 면세유를 적발했다. 이들은 1.5톤 트럭을 쌀 운반차로 위장해 면세유를 시중 주유소에 납품한 혐의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1. 경남 울산의 한 주유소는 농업인 부탁으로 지난해 배정된 면세유(등유) 중 5000리터를 판매한 것으로 미리 결제했다. 주유소는 이 면세유를 농업인 가정용 난방보일러 기름 탱크에 2회에 걸쳐 800리터를 공급하고, 나머지 420리터를 자신들이 보관했다.
#2. 한 농가에서는 농산물 건조기를 담배건조용으로 사용하다 폐기처분 했음에도 관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면세 실내등유 563리터를 배정 받는 등 부정수급이 적발됐다.
#3. 지난해 8월 부산 남부경찰서는 면세유(벙커씨유)를 빼돌린 혐의(절도 등)로 A해운사 대표 노모(52)씨와 장물업자 박모(47)씨를 구속하고, 이에 가담한 8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선박에 급유할 때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기름을 조금 남기는 수법으로 2010년 7월부터 4년간 354차례에 걸쳐 면세유 1000만 리터를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이렇게 빼돌린 금액은 약 15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면세유 탈세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농가에서 조금씩 부정유통하던 이전 방식과 달리 주유소 등과 입을 맞추거나 아예 조직적인 탈세 회사를 설립하는 등 대담해지고 있다.
정부 등 관계기관에서는 단속건수가 매년 줄고 있다고 발표하지만, 탈세 규모나 지능화된 수법은 면세유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명분을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12일 아주경제가 단독 입수한 정부 합동점검 자료에 따르면 농가 1474곳, 농협 주유소 118곳, 일반 주유소 449곳 등 2014 곳을 점검한 결과 123건(16만7000리터, 1억100만원 상당) 면세유 부정유통사례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16건(2만5000리터, 1500만원 상당)은 면세유 부정사용 및 유통, 환급세액 허위 신청 등의 경우로 조세특례제한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사례로 제시한 두건의 부정유통도 이번 정부 합동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농·어업용으로 사용되는 면세유의 경우, 지난 5년간 불법유통 금액이 1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불법유통이 가장 많은 면세유는 경유로 파악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현 변호사)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면세유 불법유통 규모는 1592건에 1만2187킬로리터, 109억5100만원어치에 달했다.
면세유는 농어민 영농·영어 비용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1972년(농업은 1986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농·어업용 기계류에 사용되는 석유류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이 면제된다.
그러나 면세유는 일반 기름보다 싸기 때문에 불법 유통하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부산항 일대 외항선과 급유선 등으로부터 해상 면세유를 불법으로 구매해 관공서와 일반 여객·화물선사에 150억원 어치를 팔아넘기다 덜미를 잡혔다.
또 지난 2월에는 쌀 판매차량으로 위장한 1.5톤 탑차로 면세유를 주유소에 팔아넘긴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대형 컨테이너에 정제시설, 지하 유류저장 탱크 등을 갖춰놓고, 어업용 면세유 13만6000리터를 탈색시켜 전북지역 주유소 등에 2억원 가량을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수법으로 적발된 면세유 불법유통 규모는 2011년 215건, 2538킬로리터(25억3000만원어치)에서 2013년 563건, 5357킬로리터(52억5800만원어치)로 최고조에 올랐다. 이후 2014년에 245건, 1110킬로리터(10억45000만원어치)로 면세유 부정행위가 크게 줄었다.
박 전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마다 면세유 불법유통을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가 강력한 근절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농어민 생계를 위해 시행되는 정책인 만큼 여러 불법유통 경로를 파악해 하루빨리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면세유 부정유통 방지와 사용 효과성 향상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농어업 경쟁력 강화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해 세제지원 대상 기자재 범위 조정 등 운영제도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면세유 부정유통 방지와 사용 효과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해당 부처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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