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최근 중국 정부가 저소득 지역 학생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내놓자 전국 도시 수십여 곳에서 학부모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보기 드물게 격렬해지고 있는 이 같은 시위는 중국 공산당의 계층 갈등 대처 능력과 시진핑 주석의 정치 감각을 시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NYT)는 분석했다.
쳉 난 씨는 16세 딸을 자신이 사는 중국 동부의 부유한 도시 난징 소재 대학에 보내기 위해 몇 년째 악착같이 매달렸다. 새벽 5시 30분부터 딸을 깨워 수학 문제를 풀게 하거나 시를 외우게 했고 20일밖에 안 되는 여름 방학에도 공부 스케줄을 빡빡하게 채웠다.
그런데 쳉 씨는 중국 당국이 난징 소재 대학들에 저소득 지역 출신 학생 정원을 늘리고 난징 출신 정원을 줄이겠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섰다. 난징에서 1,000여 명의 부모들은 “교육에 공정성을!” 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쳉 씨는 “우리도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다. 왜 우리 밥그릇을 빼앗으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문제는 중국의 고등교육 운영 시스템이다. 소위 일류 대학들은 해안을 중심으로 한 주요 대도시에 몰려있고, 교육 예산이 부족하고 등급이 낮은 학교들은 내륙에 집중되어 있다.
대학교 입학은 가오카오로 불리는 단 한 차례의 시험에 의해 결정된다. 이 시험이 대학뿐 아니라 아예 인생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많은 부모들은 유치원 때부터 가오카오를 준비한다. 정부는 부정행위 적발 시 최대 7년형을 선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점점 일류 대학교는 대부분 해당 지역 출신 학생들로 차고 농촌 학생들이 일류 대학에 입학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다. 일례로 베이징 대학의 농촌 출신 학생은 10년 사이 30%에서 10%까지 떨어졌다.
당국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혜택이 부족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농촌 출신 학생 정원을 늘리고 소수민족 학생들에게 추가 점수를 부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올 봄 중국 교육부는 일류 대학 입학 정원의 6.5%에 해당하는 14만 개의 자리를 비개발 지역 학생들을 위해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대학교 소재지와 동일한 지역 출신의 학생 수는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 둔화 속에서 불만은 폭발했다. 지난 20년간 정부는 고등교육 기관을 수백개 더 열었고 대학교 입학자 수는 1998년 340만 명에서 2015년에는 2,620만 명까지 늘었다. 대학 졸업자는 폭증하는데 경제 둔화로 취업 전망은 점점 악화되었다. 부모들은 일류 대학에 더욱 집착하고 있다.
일류 대학이 모여 있는 중국 중부의 우한에서는 학부모들이 정부 청사를 에워싸고 해당 지역 학생들의 입학자 수를 늘리라고 외쳤다. 북동부 하얼빈에서도 부모들이 가두시위를 벌이면서 지역 학생들을 더 뽑으라고 요구했다.
반면 소득이 적고 인구가 많은 하남성의 뤄양에서는 학생들이 ‘공평한 사랑’으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바오딩에서도 학부모들은 시위를 열어 정부가 시골 학생들은 버리고 도시 엘리트만 애지중지한다고 비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시위가 시진핑 정부에 무척 예민한 과제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시위와 관련한 보도를 모니터링 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시진핑은 ‘차이나드림’을 표방하며 교육의 기회와 많은 연관이 있는 중국의 부흥을 내걸었다. 포드햄 대학교의 칼 F 민즈너 법학교수는 “전통적인 차이나드림은 비교적 평등주의 능력 중심의 열린 시스템을 통한 사회적 계층 이동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도전받게 되자 대중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층 고정화가 심화될 경우 중국의 사회 구조전환 과정에서 계층 간 충돌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에서 사회 양극화가 공산당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저소득 지역에 교육, 보건, 복지 등에 투자함으로써 저소등 층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와 동시에 당 지도부는 도시 중산층의 심기를 건드릴까 조심한다.
민즈너 교수는 “관건은 지금껏 도시 지역 사람들을 중심으로 누리던 사회적 특권을 어떻게 재분배할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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