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한화건설은 3일 KB투자증권과 SK증권을 주관사로 한화생명 주식을 기초로 한 총 2500억원치의 무보증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사채는 사채권자가 후에 주식 등 다른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사채를 말한다.
주관사인 KB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각각 700억원, 800억원어치를, 인수자인 한양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300억원어치, 유안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200억원어치의 채권을 배정받았다.
이번에 교환사채 발행을 거든 증권사는 생각지도 않았던 2253억원어치 채권을 팔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그러나 청약률이 10%에 그친 채권이 잘 팔릴 리가 없다. 13일까지 판매된 교환사채는 장외에서 512억원어치, 장내에서는 32억원어치에 불과하다. 특히 장외에서 각각 190억, 71억원이 거래된 7, 8일 이후에는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
더군다나 지난 3일 장외에서 거래된 251억원어치의 물량은 대부분 한 인수증권사의 몫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A증권사가 청약이 실패한 3일 다른 증권사들보다 한발 앞서 인수 수수료 6억원 가량의 금액을 할인해 채권을 장외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채권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이 교환사채는 9800원 가량의 금액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입을 포기했을 때 금액과 거의 일치한다.
A증권사를 제외한 인수사들은 인수 수수료를 포기하고 시장에 교환사채를 내다 파느냐 아니면 훗날을 기약하며 품고 있느냐라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한 인수증권사 관계자는 "해당부서 담당자들은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EB 판매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각각 약 790억, 580억어치를 들고 있는 주관사 SK증권과 KB투자증권이다.
다른 인수증권사 관계자는 "두 주관사는 다른 인수사와 다르게 이번 교환사채 발행에 들인 공이 상당해 수수료를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증권사 장부에 그런 큰 금액을 두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담당 부서에 패널티가 있을 수 있고, 대외적으로도 증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특히 현대증권 인수를 앞둔 KB투자증권에서는 신경이 많이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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