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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가 시청 앞에 수도관으로 한글 '아리수'를 형상화한 이색적 음수대를 설치했다. 수도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사진=서울시 제공]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서울의 수돗물 가격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물밑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요금으로 지방공기업의 적자가 갈수록 불어나고, 이로 인해 노후관 보수나 교체 등 시설 투자를 외면한다며 단계적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유수율 제고 및 부채 감축 등 노력으로 경영을 합리화하는 한편 자체적 예산으로 노후 수도관의 조기 교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최근 담뱃세에 더해 버스·지하철 등 지방요금까지 줄줄이 오른터라 '당장 물값 인상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13일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2015년 결산 기준으로 전국 상수도와 하수도의 부채는 각각 약 9000억원, 6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평균 요금 현실화율은 상수도가 2013년 82.6%, 2014년과 2015년 80.6% 수준에 그쳤다. 하수도의 경우 이 기간 35.5%→35.2%→37.3% 소폭 변동을 거쳤다.
특히 서울시의 수돗물 현실화율은 2013년 92%(1㎥당 요금 569원)에서 그 다음해 89.1%(569.5원), 작년 84.5%(568.8%) 등 매년 감소세로 일관했다. 다시 말해 각 가정에 수돗물을 공급할수록 소관 공기업의 빚이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관할 직영기업인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의 지난해 말 부채는 3109억여 원으로 서울시 전체 빚에서 32.8%를 차지했다.
이런 운영상 비효율성에 더해 각종 시설의 노후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맞물려 관련 인프라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시내에서 설치된 지 20년이 넘은 상수관로가 6554㎞(총 1만3792㎞), 하수관로는 9427㎞ 수준으로 노후화율이 90% 초과에 달했다.
정부 측은 2014년 서울시에 '상수도요금 정상화 계획'을 내려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상하수도 요금 현실화를 통한 공공설비 투자 노력을 권고했다. 당시 정부는 2017년까지 수돗물 요금을 100% 단계까지 인상하라고 공문으로 하달했다. 조만간 추가적으로 '중장기 방침'을 정해 적극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공재는 사용자가 요금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게 옳다. 노후관 교체 시기가 늦춰지면 도로 곳곳에 싱크홀 발생 등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만일의 사고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시는 '인상은 불필요하다'고 즉각 반박했다. 서울시 상수도요금은 1996년 이후 20년 동안 5차례 변동이 있었는데, 2000년 뒤로는 2001년 14.9%, 2012년 9.6% 오른 게 전부다. 어찌보면 다른 물가들이 해마다 인상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 측의 공급요금과 부채 연계성에 대해 서울시는 관련이 사실상 없다고 단정지었다. 현 부채 가운데 90%(2939억원) 가량이 2009년 하반기부터 본격 도입이 이뤄진 고도정수처리 도입에 따른 차입금이란 것이다.
실제 상수도사업본부의 부채는 2009년 1832억원에서 2010년 3490억원으로 급증하고 이 추세는 2013년(4460억원)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2014년에 플러스 살림살이로 전환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까지 모두 6곳에 고도정수처리 설비가 갖춰졌다.
서울시 담당자는 "내부적 경영합리화로 점차 재무구조 안정을 꾀하고 있다. 최신 시설이 가동되면서 수돗물 공급비를 더욱 축소 지향적으로 이끌 것이다. 더욱이 상하수도는 지자체 관할로 중앙정부가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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